경제

일본에 가면 業務スーパー에 들려보자

news1657 2025. 4. 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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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찾는 여행자 사이에서 요즘 업소용 슈퍼라는 곳이 꽤 인기다. 고급 마트도, 관광지 특산품점도 아닌 이곳은, 낯설지만 의외로 유용하고 재미있는 장소로 꼽힌다. 정식 명칭은 業務スーパー(업무수퍼). 본래 식당이나 급식업체 등 업소를 대상으로 대량 식자재를 공급하던 유통 채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핵심은 가격이다. 1kg짜리 냉동 닭튀김, 10인분 이상 분량의 카레 블록, 대용량 두부, 1리터짜리 푸딩까지. 모든 품목이 업소 단위로 구성돼 일반 마트보다 훨씬 저렴하다. 포장은 투박하고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그만큼 포장비와 유통 마진을 줄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장은 대체로 창고형 분위기다. 매대는 군더더기 없이 기능적이고, 진열 방식도 보기 좋음보다는 빨리 고르기 쉬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싼값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효율이 공간 전반에 녹아 있다. 이런 구조는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행자 입장에서도 업무수퍼는 쓸모가 많다. 즉석 조리 가능한 냉동 오코노미야키, 전자레인지용 면 요리, 대용량 미니 푸딩, 일본 가정식 조미료 세트 등은 기념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고급 특산품점에선 보기 어려운 생활형 로컬푸드가 이곳에는 풍성하다.

 

일본판 코스트코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용량 중심, 창고형 진열, 저가 전략 등에서 두 유통 채널은 닮아 있다. 하지만 구조는 다르다. 업무수퍼는 비회원제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매장도 소규모다. 반면 코스트코는 연회비를 내는 회원제이며, 자체 브랜드(Kirkland)와 글로벌 브랜드 중심으로 운영된다. 업무수퍼가 일본식 절약형 유통이라면, 코스트코는 북미식 대형 소비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 구성도 흥미롭다. 이름은 여전히 업소용 슈퍼이지만, 실제 매장에서 마주치는 손님은 주부, 유학생, 고령층이 대부분이다. 생계를 책임지는 실질 소비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격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부끄럽지 않은 시대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업무수퍼의 인기는 일본 유통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더 싸게, 더 많이, 더 단순하게. 이 구조는 단순한 유통 혁신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생활 감각에 가깝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는 더 이상 예쁜 매장을 원하지 않는다. 상품에 장식을 더하기보다는 가격을 덜어주는 시스템을 더 선호한다. 업무수퍼는 그렇게 멋보다 생존을 택한 소비자에게 길을 터줬다.

 

업무수퍼는 소비자가 어떻게 합리적 삶의 방정식을 다시 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증 사례다. 산업은 고도화됐지만, 소비자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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