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엠브라에르, 브라질이 만든 세계 3대 항공기 회사의 비밀

news1657 2025. 5. 2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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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미지 사진 97

 

브라질이 항공기를 수출한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다. 커피, , 닭고기 같은 농산물만 잘 파는 줄 알았던 나라가 세계 민항기 시장에서 보잉, 에어버스 다음으로 손꼽히는 제조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엠브라에르(Embraer). 지난해 한국 공군이 차기 수송기 사업에서 미국의 록히드마틴을 제치고 엠브라에르의 KC-390을 선택하면서 이 회사는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엠브라에르는 브라질 공군의 기술기관인 항공기술연구소(ITA)와 항공우주기술연구소(DCTA)에서 배출된 인재들을 중심으로 1969년 설립됐다. 미국 MIT를 모델로 만들어진 ITA는 까다로운 입시와 탄탄한 공학 교육으로 유명한 엘리트 기관이다. 여기에 군 연구기관 DCTA가 결합해 고급 항공기술 기반이 형성됐다. 당시만 해도 브라질은 제조업 기반이 미약한 국가였지만, 정부는 항공이라는 전략 분야에 과감히 투자했고 엠브라에르는 그 결실이었다.

 

이 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작부터 수출을 전제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내수에 안주하지 않고 북미와 유럽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했고, 세계 시장과 경쟁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브라질 정부는 초기 자본을 지원했지만, 과잉 보호 대신 시장 경쟁에 노출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정부는 기술과 인재 인프라를 조성하고, 기업은 실전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구조였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틈새시장 집중 전략이다. 초대형 여객기 시장은 이미 보잉과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었고, 후발주자가 들어갈 여지가 거의 없었다. 엠브라에르는 중단거리용 소형 제트기, 이른바 리저널 항공기에 집중했다. 연료 효율이 높고 운용비가 저렴한 기종을 앞세워 북미 지역의 지역 항공사들을 적극 공략했고, 캐나다 봄바디어와 함께 이 시장을 양분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 엠브라에르는 연간 100대 안팎의 여객기를 생산하며, 브라질에서 가장 기술집약적인 제조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등 차세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브라질 대통령이 공항 행사장에서 엠브라에르 항공기 모형을 들고 홍보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모든 산업정책이 이처럼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브라질 정부가 추진한 또 다른 실험인 마나우스 자유무역지대(ZFM)는 대조적인 결과를 낳았다. 아마존 한복판에 조성된 이 지역은 세금 인센티브로 기업을 유치했지만, 물류비 부담과 낮은 교육 수준, 산업 클러스터 부재 등으로 인해 조립 위주 제조업에 머무르고 있다. 50년 넘게 지속된 세금 특혜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나 기술력은 정체 상태다.

 

엠브라에르와 ZFM은 정부가 개입한 산업정책이라는 점에서 출발은 같았지만, 설계와 실행에서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엠브라에르는 기술 인재를 기반으로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고, ZFM은 특정 지역에 인구를 모으기 위한 정치적 산업유치에 머물렀다.

 

산업정책의 핵심은 무엇을 지원하느냐보다 어떻게 경쟁시키느냐에 있다. 정부는 기술 기반과 인프라를 제공하되,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며 성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 한국에서도 전략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수조 원대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그 안에 엠브라에르처럼 수출과 자립을 전제로 한 구조가 담겨 있는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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