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순금은 100%가 아니라 24K로 부를까?
우리가 순금을 얘기할 때 흔히 ‘24K’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순금이면 100%라는 말을 쓰는 게 더 직관적이지 않을까. 왜 하필 24K일까? 그렇다면 18K, 14K는 금이 얼마나 들어 있는 걸까. 이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금의 순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캐럿(karat)은 지중해 연안에 자라는 캐럽(carob) 나무의 씨앗에서 유래했다. 이 씨앗은 무게가 거의 일정해, 고대 상인들은 금이나 보석의 무게를 잴 때 기준으로 사용했다. 캐럽 씨앗 한 알을 1캐럿으로 보고, 24개를 기준 단위로 삼았는데, 이것이 순금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즉, 캐럽 열매 24개 무게만큼의 금이 들어 있으면 100% 순금이라는 뜻이 되었다.
18K는 캐럽 씨앗 18개 무게만큼의 금이 포함됐다는 의미다. 금 함량은 75%이며, 나머지는 은, 구리 등 다른 금속이 섞여 있다. 14K는 14개 무게만큼의 금이 포함된 금속으로, 금 함량은 약 58.3%다. 캐럿 수가 낮을수록 금 함량은 줄고, 합금 비중이 높아진다.
금의 캐럿은 보석에 사용하는 캐럿(carat)과는 의미가 다르다. 보석에서는 1캐럿을 0.2그램의 무게 단위로 사용하지만, 금의 캐럿은 순도를 나타낸다. 영어로도 금은 karat, 보석은 carat으로 표기해 구분한다. 다만 한글로는 모두 ‘캐럿’ 또는 ‘케이(K)’로 표기되다 보니 혼동이 생기기도 한다.
인류 역사에서 금은 오래도록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다. 산화되지 않고 부식이 없으며, 손으로도 눌릴 만큼 부드러워 가공이 쉬웠다. 게다가 희귀하고 자연 상태에서도 눈에 띄게 빛이 나, 종교적·정치적 상징물로 널리 사용됐다.
금은 장식용 금속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산업 분야에서도 핵심 소재다. 전기전도성이 뛰어나고 부식이 없어 반도체 칩, 스마트폰 커넥터, 항공기 계기판 등에 사용된다. 위성이나 군사용 장비, 레이더에도 쓰이며, 치과에서도 금니에 활용된다. 금은 인체와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부작용이 거의 없고, 단단하면서도 깨지지 않아 어금니 보철에 특히 적합하다.
금을 찾아 떠나는 골드러시는 인류사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골드러시다. 1848년, 제재소 근처에서 금이 발견되자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몰려들었고, 캘리포니아의 인구는 단기간에 급증했다. 이듬해인 1849년에는 10만 명을 넘어섰고, 여기서 ‘49ers’라는 표현도 생겨났다. 1849년에 도착한 광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생산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2023년 기준 연간 약 370톤을 채굴했다. 태국도 금 생산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통용되는 금의 순도는 보통 96.5% 수준으로, 이는 23.16K에 해당한다. 국제 기준인 24K에는 못 미쳐 ‘값싼 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태국 현지에서는 실용성과 가격 측면에서 가장 선호되는 등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