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스타링크', 한국도 연결한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가 한국 시장에 도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서도, 전쟁터에서도 끊김 없이 연결되는 이 서비스는 단순한 인터넷을 넘어 정보 질서를 재편할 기술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스타링크의 확산이 단순한 편리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중심의 정보 독점이 심화될 가능성도 함께 따라오기 때문이다.
스타링크는 2019년 첫 위성을 발사한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약 5,500기의 위성이 저궤도를 돌고 있으며, 2027년까지 12,000기 이상 배치될 예정이다. 기존 위성 인터넷이 3만 6,000km 상공의 정지궤도(GEO) 위성을 활용하는 반면, 스타링크는 540~570km의 저궤도(LEO) 위성을 사용해 지연 속도를 크게 줄였다. 속도가 빠르고 데이터 전송 효율이 높아 기존 위성 인터넷보다 최대 10배 빠른 성능을 제공한다.
현재 스타링크는 6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 중이며, 23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요금은 지역과 서비스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미국 기준으로 가정용 서비스는 월 110달러(약 15만 원), 기업용은 월 500달러(약 70만 원), 선박·항공기 등 이동성이 필요한 서비스는 월 5,000달러(약 700만 원) 이상으로 책정된다.
한국에서 스타링크가 도입된다면 해양, 산악, 극지 연구, 군사 작전 등 통신 인프라가 취약한 분야에서 먼저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원양어선이나 극지 탐사, 군사 작전에서는 안정적인 통신이 중요한데, 기존 이동통신망은 기지국 의존도가 높아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해 스타링크는 지구 어디서든 균일한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은 단순한 인터넷 서비스 제공을 넘어, 자율주행차나 도심항공교통,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6G 네트워크 구축에도 유리한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KT SAT는 스타링크와 협력해 ‘엑스웨이브원’이라는 위성 통신망을 개발하며, 정지궤도와 저궤도 위성을 병합하는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스타링크의 군사적 가치를 입증한 사례다. 전쟁 초반 러시아군이 통신망을 마비시켰지만, 스페이스X가 긴급 지원한 스타링크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은 실시간 정보 공유와 드론 작전을 지속할 수 있었다. 통신이 무너진 전장에서 스타링크는 전투 지휘 체계를 유지하는 핵심 도구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스타링크를 군사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중국은 ‘궈왕(国网)’이라는 독자적인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스타링크가 전략적 자산으로 부각되면서, 특정 국가가 이에 의존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에 따라 인터넷 접근이 제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이 스타링크를 우크라이나 지원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스타링크는 기존 통신망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보완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그러나 동시에 정보 독점과 주권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한국이 스타링크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보 주권 문제를 면밀히 살펴야 하며, 장기적으로 자체적인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 구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