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와 기본소득, 경제 활성화의 두 얼굴
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약자 지원이라는 목표를 지니며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정책들이 있다. 바로 지역화폐와 기본소득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정책의 효과 역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대안 화폐다. 인천e음, 경기지역화폐, 파주페이, 익산다이로움 등 지자체가 발행하는 전자화폐나 쿠폰 형태가 대표적이다. 사용자는 지정된 지역 상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지역에서 번 돈을 다시 지역에 쓰자’는 개념이다.
성공 사례도 적지 않다. 인천e음은 2018년 시범 도입 후 2019년까지 누적 발행액이 1조 원을 넘겼다. 경기지역화폐도 중소상인 매출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주페이, 익산다이로움 등도 시민 이용률이 높고 지역사회 반응이 긍정적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소상공인 지원, 공동체 회복 등 다양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모든 지자체가 같은 효과를 본 것은 아니다. 가맹점이 부족하거나 사용 방식이 복잡하면 시민들의 외면을 받기 쉽다. 일부 지역은 홍보와 사용자 교육이 부족해 사용률이 저조했다. 전국적으로 지역화폐가 과도하게 남발될 경우, 효과가 분산되며 재정 부담만 가중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에는 학원비 등 소비 진작과 거리가 먼 항목에 사용되거나, 이를 현금화하려는 이른바 ‘깡’ 사례가 발생해 단속과 행정력이 낭비되기도 했다.
해외 사례도 엇갈린다. 영국 브리스톨파운드처럼 시민 주도로 시작되었으나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폐지된 사례가 있는가 하면, 독일 킴가우어처럼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있다. 지역화폐는 관리와 제도 설계가 철저히 뒷받침되어야 효과를 낸다.
기본소득은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소득 수준이나 직업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가 같은 금액을 받는다. 예를 들어 ‘매달 50만 원’씩 지급하는 방식이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장점으로는 생활 안정이 꼽힌다. 누구나 일정한 금액을 받으니 심리적 안정감이 커지고, 소비 여력이 생긴다. 미국 스톡턴의 실험에서는 오히려 근로 시간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인도 마디야프라데시와 케냐에서는 식료품 소비와 자영업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복지의 포괄성 측면에서 기존 제도보다 누락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강점이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재정이다.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 위해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캐나다, 브라질 등은 재정 부담으로 실험을 중단한 바 있다. 일하지 않아도 돈을 받는 구조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핀란드 실험에서는 실업자 대상 기본소득이 근로 유인에는 큰 효과가 없었지만, 참가자들의 정신 건강과 삶의 만족도는 향상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존 복지가 축소될 가능성, 이른바 ‘프리라이더’ 논란도 여전하다.
지역화폐와 기본소득 모두 사회적 취약계층을 돕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단순한 선의만으로는 정책이 성공하지 않는다. 정책은 ‘돈이 잘 돌 수 있게 할 것인가’만이 아니라, ‘돌고 난 뒤 무엇이 남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말이 아니라 숫자와 결과로 증명되는 것이 경제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효과와 한계를 정확히 따지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