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코를 찌르는 맛의 문화…세계의 악취 발효음식 4選

news1657 2025. 5. 12. 18:00
728x90
반응형

칼럼 이미지 사진 90

 

입에 넣기도 전에 코를 먼저 공격하는 음식이 있다.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 일본의 후나즈시, 이탈리아의 카수 마르주, 라오스의 빠댁. 한국의 홍어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악취가 강하고,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대표적인 발효음식들이다. 자국민조차 호불호가 갈리는 이 악취의 발효음식을 사람들은 왜 고안했고, 여전히 즐기고 있을까.

 

발효는 생존의 기술이었다. 냉장고도 진공포장도 없던 시절, 고기나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금, , 공기, 미생물이 동원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썩지 않게 하는 방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익히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발효는 저장을 넘어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냈고, 지역 고유의 미각과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일본 시가현의 전통 음식인 후나즈시(ふなずし)가 대표적이다. 붕어를 소금에 절인 뒤 밥과 함께 1년 이상 발효시킨다. 결과물은 강한 치즈 냄새와 유사한 발효취를 풍기지만, 시가현 주민들은 이를 귀한 술안주로 여긴다. 최근에는 발효밥(, いい)을 가루로 만들어 치즈케이크에 활용하는 시도도 등장했다. 전통과 현대가 발효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카수 마르주(Casu Marzu)는 그보다 더 과감하다. 양젖 치즈에 파리 유충을 넣어 자연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살아 있는 구더기가 치즈를 분해하면서 부드러운 질감을 만든다. 유럽연합이 위생 문제로 공식 유통을 금지했지만, 여전히 암암리에 소비되며 지역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벨기에와 독일 국경지대에서 생산되는 림버거 치즈(Limburger Cheese)도 독특한 향으로 유명하다. 피부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와 유사한 미생물로 발효돼 그 냄새는 발냄새에 비견된다.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지만, 유럽에선 고급 치즈로 취급된다. 특히 미국 위스콘신주의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꾸준한 수요가 있다.

 

동남아시아 라오스의 빠댁(Pa Daek)도 강한 향으로 유명하다. 민물고기를 통째로 절여 1년 이상 발효시키는 생선 소스로, 조리 전 기생충 위험 때문에 외국인에게는 충격적인 음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라오스에서는 대부분의 국물 요리에 사용되는 필수 조미료이자, 가정의 맛을 지탱하는 핵심 식재료다.

 

이처럼 악취 나는 발효음식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생존을 위한 지혜에서 출발했고, 시간이 흐르며 지역의 상징이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자국민 사이에서도 호불호는 존재한다. 한국의 홍어, 중국의 취두부(臭豆腐), 태국의 카이 콩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토록 강한 향의 음식을 먹게 되었을까. 배경에는 기후, 저장 기술의 한계, 식량 보존 전략이 있었다. 고온다습하거나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식재료를 오래 보관해야 했고, 발효는 이를 가능하게 했다. 발효는 단순한 생존 기술을 넘어, 지역 고유의 미각 체계를 형성하며 문화로 발전했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익숙함이다. 어릴 적부터 후나즈시나 빠댁 냄새에 노출된 이들에게 그것은 고향의 향기다. 반면 외부인은 그 향을 악취로 느낀다. 문화가 취향을 만들고, 취향은 혐오도 미식으로 바꾼다. 결국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이 음식을 만들었고, 익숙함과 문화적 기억 덕분에 지금도 즐긴다. 발효의 악취는 한때 생존의 냄새였고, 지금은 지역 정체성의 향기로 남아 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