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탄핵소추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직후의 일이다. 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를 요청했고, 일부 의원은 ‘사법 쿠데타’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정치권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궁금해할 부분이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조 대법원장은 즉시 직무에서 배제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해 파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
이는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정해진 절차다. 헌법 제65조 제2항은 “탄핵소추 의결이 있을 때 그 권한행사는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행정부 고위직에게 적용되는 내용이다. 사법부 구성원인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직책에 따라 법적 효과가 다르게 작용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은 탄핵소추 의결 즉시 직무가 정지되지만, 사법부 구성원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인용 결정 전까지 직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삼권분립 원칙과 사법권의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한 헌정 질서상의 장치다.
사법부는 정치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원칙은 헌법 질서의 핵심이다. 만약 탄핵소추 의결만으로도 법관의 직무가 중단된다면, 정치적 해석에 따라 사법부의 판단이 흔들릴 수 있다. 이는 법치주의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사법부의 자율성과 균형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법리 논쟁을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이 선고되고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대법원이 그 판단을 확정할 경우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이 박탈돼 당선이 무효화될 수 있다. 선거의 결과와 무관하게, 법의 절차는 독립적으로 진행된다.
정치권은 이번 사법 판단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는 정치적 판단이라고 보고 있고, 또 다른 일부는 법적 판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의견은 있을 수 있지만, 사법부의 판단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증거에 근거해 내려지는 만큼, 정치적 해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절반의 민심이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면, 또 다른 절반의 민심은 절차를 지켜보고 있다. 민심은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이 존재할 수 있고, 그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다양한 민심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장치는 법이다.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거나 훼손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그 뿌리를 잃게 된다.
누구든 법이 정한 절차를 따라야 하며, 사법기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그래서 민심은 중요하지만, 민심이 법의 틀을 넘어서는 순간, 모두가 위험해진다. 법의 절차 안에서 민심이 작동할 때, 국가도 제 길을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