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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

미국이 세계 금융시장을 흔든 6대 사건

세계 금융의 중심은 늘 미국이었다. 달러를 쥔 나라의 결정은 곧 세계 시장의 운명을 갈랐다. 특히 지난 80여 년 동안 미국은 주요 고비마다 금융질서를 새로 짜거나 기존 질서를 뒤흔들어왔다. 이른바 ‘글로벌 머니게임’의 규칙은 대개 위기 이후 미국에 의해 다시 쓰였다. 아래 여섯 사건은 그 대표적인 장면들이다. 첫 번째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수립(1944)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 미국은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금본위 국제통화체제를 만들었다.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하고, 각국 통화는 달러에 연동시키는 방식이었다. 미국은 금을 담보로 달러를 찍고, 전 세계는 이를 외환보유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달러는 금을 대신하는 세계의 기축통화가 됐다. 브레튼우즈는 달러 패권의 출발점이었다. 두 번째 사건은 닉슨 쇼크..

경제 2025.04.14

트럼프 2011년 저서 'Time to Get Tough’

“중국은 절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1년 저서 『Time to Get Tough』에서 이렇게 썼다. 미국이 오랜 세월 세계의 ‘호구’로 이용당해왔고, 이제는 강하고 거칠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당시엔 과격한 주장처럼 보였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이 철학을 관세 정책으로 현실에 옮기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이제 미국은 속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즉흥적인 조치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오랜 시간 준비한 신념의 실천이다. 그는 자유무역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다. 매년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흑자와 함께,..

경제 2025.04.13

트럼프 관세, 중국 조선 봉쇄…한국에 순풍

2025년 3월,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조선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실적을 냈다. 한 달간 전 세계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한국이 수주했다. 단기 성과로 치부하긴 어렵다. 미국이 열고, 중국이 비운 자리를 한국이 채운 지정학적 재편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3월 세계 조선 발주량은 670만 CGT였다. 이 가운데 369만 CGT를 한국 조선업계가 수주하며 점유율 55%를 기록했다. HD한국조선해양 21척, 삼성중공업 12척, 한화오션 11척이 포함됐다. 특히 다수의 선박이 미국 선주사 발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의 조선 수주 점유율은 그동안 5%를 넘지 못했다. 이번 변화는 일시적 실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 신호로 읽힌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직후 관세 정책을 본격..

경제 2025.04.09

가난한 풍요의 시대, 다이소가 주는 위로

서울 명동역 인근, 12층 건물 전체가 다이소 매장으로 쓰이고 있다. 복층 구조의 매장은 층마다 화장품, 문구, 식기, 청소도구 등 다양한 상품들로 채워져 있다. 가격은 대부분 1,000원, 비싸야 5,000원이다. 이처럼 ‘천 원짜리 쇼핑’에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이소는 더 이상 ‘저가 제품을 파는 가게’가 아니다. 지금 이 시대의 정서를 반영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소비자는 실속과 위안을 함께 찾는다. 다이소는 그런 소비자에게 ‘심리적 풍요’를 제공한다. 적은 비용으로도 여러 상품을 살 수 있다는 만족, 즉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소비의 경험을 구현해냈다. 한때 골목상권 파괴자로 비판받던 다이소는 이제 지역 경제의 촉진제로 평가받는다. 매..

경제 2025.04.06

이재용이 발길을 돌렸다…삼성의 새로운 판 짜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했다. 중국에선 시진핑 주석이 직접 이 회장을 접견했고, 일본에서는 소재·장비 기업들과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 미국과의 기술 동맹에 주력해온 삼성의 기존 외교 전략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된다. 이번 행보는 단순한 ‘현장 경영 복귀’가 아니라, 위기 인식과 전략 전환이 맞물린 결과로 읽힌다. 삼성은 오랫동안 ‘초격차’라는 독주 전략을 고수해왔다.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과 자본, 인재를 집중해 경쟁자를 따돌리는 방식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D램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공격적 투자를 통해 미국과 일본 기업들을 따돌렸고,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주도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기술 질서가 급변하면서, 초격차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AI 반도체와 전장 산업은 ..

경제 2025.04.03

횡성한우, 횡성산한우, 횡성축협한우

한우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프리미엄 한우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브랜드는 단연 ‘횡성한우’다. 횡성한우는 단순한 지역명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된 한우 브랜드로, 출생지와 사육지, 도축지가 모두 강원도 횡성군이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브랜드 가치를 교묘히 이용한 유사 표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횡성산 한우’다. 언뜻 보면 ‘횡성한우’와 같아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법규상 타 지역에서 자란 한우를 횡성에서 잠깐 사육하거나, 심지어 도축만 횡성에서 해도, 횡성산한우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제품은 ‘산’ 자를 작은 글씨나 흐릿한 색으로 표기한다. 소비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소비자는 ‘진짜 횡성한우’라..

경제 2025.03.21

쌀 창고에 불나면 오히려 반기는 아이러니

한국에서 남아도는 쌀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정책결정자 외에는 많지 않다. 피부로 와 닿는 일이 아닌 데다 농민들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동정론이 섞이면서 문제가 방치되고 있다. 쌀 소비량은 줄어드는데 생산량은 그대로고, 정부는 이를 매입해 창고에 보관한다. 보관 비용은 매년 수백억 원씩 증가하고, 결국 일부는 폐기된다. 2023년 5월, 전북 김제의 정부양곡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300t의 쌀이 전소됐다. 정부는 이를 전량 폐기했지만, 이를 두고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겉으로는 "아깝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누구의 책임도 아닌 자연스러운 손실로 반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과잉 생산된 쌀을 북한으로 보냈다. 하지만 북한으로 보내진 쌀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

경제 2025.03.19

서울시내 초고층 건물에 방공포대가 있다

서울의 하늘을 가르는 마천루들. 우리가 익숙하게 바라보는 초고층 빌딩 중 일부 옥상에는 의외의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방공포대다.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위치는 공개되지 않지만, 일부 초고층 건물은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방공포대 설치 대상이 된다. 1976년 착공된 여의도 63빌딩은 수도권 방공망이 지금처럼 촘촘하지 않았던 시절, 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로 평가받았다. 63빌딩은 당시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서, 높은 곳에 방공포대를 설치하면 적의 공중 침투를 조기에 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었다. 최근에는 63빌딩보다 훨씬 높은 롯데월드타워(555m) 등이 등장하면서, 방공포대의 위치도 변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는..

경제 2025.03.10

약사, 변호사 등 전문직의 미래를 위협하는 플랫폼

최근 한국에서 플랫폼 스타트업과 직능단체(전문직 협회) 간의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닥터나우와 대한약사회,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 삼쩜삼과 한국세무사회, 강남언니와 대한의사협회, 직방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업종을 막론하고 비슷한 양상으로 충돌이 반복된다.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혁신이 기존 업권을 위협하면서, 한쪽에서는 '혁신을 가장한 편법 영업'이라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막는 기득권 수호'라 반발한다. 이 같은 갈등은 전문직 시장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반복된다. '타다'는 공유 모빌리티 혁신을 시도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법 개정을 통해 사실상 금지되었다. 반면, 해외에서는 우버, 리프트, 그랩 등이 도시 교통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기존 업계의 반대로..

경제 2025.03.10

한양 너섬이 서울 여의도가 되기까지

서울 여의도는 국제적인 금융도시 뉴욕의 맨해튼에 종종 비유되곤 한다. 하지만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여의도는 누구도 거주하지 않는 불모지였고, 한강물이 자주 범람하는 탓에 사람이 살기 어려운 땅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접근조차 어려운 섬이었고, 유배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여의도의 옛 이름은 '너섬'이었다. ‘그 섬, 너나 가져라’라는 의미에서 유래한 이 이름은 당시 여의도가 얼마나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는지를 보여준다. 여의도(汝矣島)는 너섬의 일본식 한자어다. 여의도 개발은 일제강점기부터 본격화됐다. 1916년, 일제는 한강을 횡단하는 최초의 다리인 한강철교를 놓아 서울과 여의도의 연결성을 높였고, 1924년에는 여의도에 비행장을 조성했다. 이곳은 국내 초창기 비행장으로, 김포공항 개항..

경제 2025.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