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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 금융시장을 흔든 6대 사건

세계 금융의 중심은 늘 미국이었다. 달러를 쥔 나라의 결정은 곧 세계 시장의 운명을 갈랐다. 특히 지난 80여 년 동안 미국은 주요 고비마다 금융질서를 새로 짜거나 기존 질서를 뒤흔들어왔다. 이른바 ‘글로벌 머니게임’의 규칙은 대개 위기 이후 미국에 의해 다시 쓰였다. 아래 여섯 사건은 그 대표적인 장면들이다. 첫 번째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수립(1944)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 미국은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금본위 국제통화체제를 만들었다.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하고, 각국 통화는 달러에 연동시키는 방식이었다. 미국은 금을 담보로 달러를 찍고, 전 세계는 이를 외환보유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달러는 금을 대신하는 세계의 기축통화가 됐다. 브레튼우즈는 달러 패권의 출발점이었다. 두 번째 사건은 닉슨 쇼크..

경제 2025.04.14

트럼프 2011년 저서 'Time to Get Tough’

“중국은 절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1년 저서 『Time to Get Tough』에서 이렇게 썼다. 미국이 오랜 세월 세계의 ‘호구’로 이용당해왔고, 이제는 강하고 거칠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당시엔 과격한 주장처럼 보였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이 철학을 관세 정책으로 현실에 옮기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이제 미국은 속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즉흥적인 조치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오랜 시간 준비한 신념의 실천이다. 그는 자유무역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다. 매년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흑자와 함께,..

경제 2025.04.13

사진 찍듯 기억하는 사람들, 인간 사회 거울 같은 존재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기억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억은 흐릿하고 조각나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왜곡되거나 잊힌다. 인간의 뇌는 모든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 생존과 감정에 중요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기록하고, 나머지는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이 곧 사실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기억조차 '해석된 정보'일 뿐이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이 법칙에서 예외다. 그들은 마치 사진을 찍듯이, 과거의 순간을 정밀하게 기억한다. 특정 날짜에 무슨 일이 있었고, 누구와 무슨 말을 나눴으며, 주변에 어떤 냄새가 났는지까지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다. 과학적으로는 이를 ‘하이퍼타이메시아(hyperthymesia)’라고 부른다. 전체 인구 중 극소수에게만 나타나는 이 능력은, 축복처럼 보이지만 실..

인문학 2025.04.12

산 아래와 산 위,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1971년, 두 명의 물리학자가 항공기에 원자시계를 싣고 지구를 한 바퀴 비행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 비행기의 시계와 지상에 남겨둔 시계는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지상보다 높은 고도에 있는 시계가 아주 조금 빠르게 움직였던 것이다. 이후 위성을 이용한 GPS 기술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측됐다. 고도가 다르면 중력도 달라지고, 그에 따라 시간의 흐름도 달라진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시간의 흐름이 관측자의 위치, 속도, 중력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1초, 1분, 1시간은 결코 고정된 기준이 아니라는 거다. 관점에 따라,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

인문학 2025.04.11

구글, AI 속도 전쟁 시작…제미나이 2.5 발표의 의미

구글이 새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2.5 플래시(Gemini 2.5 Flash)’를 발표했다. 발표 시점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5' 행사였다. 이번 모델은 구글이 제시한 '경량형 AI' 전략의 대표 사례로, 기존 AI와는 결이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핵심은 ‘빠름’과 ‘가벼움’이다. 단순히 잘 아는 AI가 아니라,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 잘하는 AI를 지향한다. 지금까지 AI는 주로 얼마나 복잡한 사고를 할 수 있는지, 어떤 정밀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챗GPT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제미나이 2.5 플래시는 실시간 요약, 간단한 질의응답, 일정 정리처럼 실용적인 작업을 빠르게 해내는 데 방점을 찍는다. 이는 전문가용 슈퍼 AI..

산업 2025.04.10

'닭둘기' 논란에 숨겨진 웃픈 해프닝

서울시가 오는 7월부터 광화문광장과 서울숲, 한강공원 등 38곳을 유해야생동물 먹이주기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이곳에서 비둘기나 까치에게 먹이를 주다 적발되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1차 적발 시 20만 원, 2차 50만 원, 3차는 100만 원이다. 6월 말까지는 계도기간이며, 본격적인 단속은 7월 1일부터 시작된다. 한때 평화의 상징으로 불리던 비둘기는 이제 도시의 불청객, 혐오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사람 손에 자란 닭처럼 뚱뚱하고, 날아오르지도 못한다고 해서 ‘닭둘기’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이제는 새라기보다 닭에 가깝고, 심지어 쥐처럼 더럽다는 뜻을 담은 ‘쥐둘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사람의 먹이에 길들여져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난 비둘기들은 이미 도시 미관과 위생에 위..

역사 2025.04.10

트럼프 관세, 중국 조선 봉쇄…한국에 순풍

2025년 3월,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조선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실적을 냈다. 한 달간 전 세계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한국이 수주했다. 단기 성과로 치부하긴 어렵다. 미국이 열고, 중국이 비운 자리를 한국이 채운 지정학적 재편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3월 세계 조선 발주량은 670만 CGT였다. 이 가운데 369만 CGT를 한국 조선업계가 수주하며 점유율 55%를 기록했다. HD한국조선해양 21척, 삼성중공업 12척, 한화오션 11척이 포함됐다. 특히 다수의 선박이 미국 선주사 발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의 조선 수주 점유율은 그동안 5%를 넘지 못했다. 이번 변화는 일시적 실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 신호로 읽힌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직후 관세 정책을 본격..

경제 2025.04.09

환자 지키는 로봇시장에 뛰어든 현대자동차

현대차가 ‘환자 곁을 지키는 로봇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자동차 회사가 병원 안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 선택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선 전략적 행보다. 최근 한림대학교의료원과 현대차·기아는 ‘로봇 친화 병원’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병원 환경에 특화된 배송 로봇, 출입 인증 시스템, 물류 관제 솔루션 등을 공동 개발하고 이를 실제 현장에서 실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증 1호 대상은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이다. 병원은 무작위로 사람이 오가는 고밀도 복합 공간이다. 휠체어, 이동 침대, 의료진, 환자, 보호자 등 다양한 주체가 복잡한 동선 위에 동시에 존재한다. 이러한 공간에서 로봇이 원활히 작동하려면 자율주행, 정밀 센서, 장애물 회피 같은 고도의 기술이 필수다..

산업 2025.04.08

‘자동차 그 이상’의 전시…서울 모빌리티쇼의 진화

“이게 자동차 전시회 맞아?”2025 서울모빌리티쇼를 찾은 시민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자동차가 전면에서 빠진 자리를 드론과 굴착기, 자율주행 셔틀, 거대 캐릭터 조형물이 채웠다. 행사장에 전시된 최신형 자동차보다 더 긴 줄은 굴착기 체험 부스 앞에 늘어섰다. 관람객의 시선은 이제 더 이상 바퀴 달린 차체에 머물지 않았다. 서울모빌리티쇼가 30주년을 맞아 확연한 변화를 보여줬다. 전통적인 자동차 전시회 틀을 깨고 ‘모빌리티’라는 이름에 걸맞은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를 넘어선 기술과 콘텐츠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관람객은 신차 발표보다 새로운 체험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HD현대의 굴착기 전시다. 중장비 제조사가 서울모빌리티쇼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D현대는 전시..

산업 2025.04.07

가난한 풍요의 시대, 다이소가 주는 위로

서울 명동역 인근, 12층 건물 전체가 다이소 매장으로 쓰이고 있다. 복층 구조의 매장은 층마다 화장품, 문구, 식기, 청소도구 등 다양한 상품들로 채워져 있다. 가격은 대부분 1,000원, 비싸야 5,000원이다. 이처럼 ‘천 원짜리 쇼핑’에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이소는 더 이상 ‘저가 제품을 파는 가게’가 아니다. 지금 이 시대의 정서를 반영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소비자는 실속과 위안을 함께 찾는다. 다이소는 그런 소비자에게 ‘심리적 풍요’를 제공한다. 적은 비용으로도 여러 상품을 살 수 있다는 만족, 즉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소비의 경험을 구현해냈다. 한때 골목상권 파괴자로 비판받던 다이소는 이제 지역 경제의 촉진제로 평가받는다. 매..

경제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