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자일리톨이 충치를 예방하는 뜻밖의 원리

news1657 2025. 3. 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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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미지 사진 22

 

한때 한국에서는 자일리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충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껌을 비롯해 캔디, 요구르트, 주스까지 다양한 제품이 쏟아졌다. 지금은 그 열기가 한풀 꺾였지만, 자일리톨이 우리가 예상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원리로 충치를 예방한다는 점은 여전히 흥미롭다.

 

자일리톨이 처음 주목받은 곳은 핀란드다. 20세기 초부터 핀란드에서는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자일리톨을 감미료로 사용했다. 이후 연구를 통해 충치 예방 효과가 밝혀졌다. 과거 핀란드 아이들은 자작나무 껍질을 씹으며 단맛을 즐겼다. 사탕이나 초콜릿을 쉽게 구할 수 없던 시절, 자연에서 얻은 자일리톨을 씹으며 단맛을 음미했는데, 연구 결과 이 습관이 충치 예방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자일리톨의 충치 예방 원리는 흔히 오해하는 것과 다르다. 많은 사람들은 자일리톨이 살균제처럼 충치균을 직접 죽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충치균인 뮤탄스 연쇄구균은 당분을 섭취해 에너지를 얻은 후, 산을 배출해 치아를 부식시킨다. 그런데 자일리톨은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지만, 충치균이 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지 못한다. 충치균 입장에서 보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먹었지만, 소화할 수 없는난감한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다. 결국 충치균은 점점 약해지고, 끝내 굶어 죽는다.

 

사람도 자일리톨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다. 따라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면 설사나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자일리톨 섭취는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개인에 따라 소화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자일리톨 섭취량을 적절히 조절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한때 한국에서는 자일리톨 열풍이 거세 웃지 못할 일들도 벌어졌다. 자일리톨이 들어갔다며 요구르트나 주스처럼 고당분 제품이 쏟아졌는데, 이런 제품들은 충치균을 굶기기는커녕 오히려 더 살찌우는 효과를 냈다. 마치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면서 초콜릿 케이크를 함께 먹는 것과 같은 모순이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너도나도 자일리톨 함유제품을 내놓았고, 소비자들은 자일리톨=충치 예방이라는 공식을 맹신한 채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도 오히려 충치를 유발하고 있었다.

 

한때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자일리톨 함유 제품에 인증 마크를 부여하며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일리톨을 활용한 고당분 제품의 한계가 드러났고, 일부 제품에서는 인증이 사라졌다. 결국 자일리톨 껌을 제외한 관련 제품들은 시장에서 점차 자취를 감췄다.

 

자일리톨의 충치 예방 원리는 단순하지만 흥미롭다. 충치균을 독으로 죽이거나 강제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먹을 걸 줬다가 뺏는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원리를 알기 전까지 자일리톨만 있으면 충치가 사라진다고 믿었고, 기업들은 그 믿음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 어쩌면 충치균보다 더 쉽게 속아 넘어간 건 우리 인간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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