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원앙새에 대한 한국인의 오해

news1657 2025. 3. 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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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미지 사진 16

 

원앙새는 오랫동안 부부 금실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결혼 장식품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원앙처럼 살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동물학자들의 연구 결과, 원앙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평생 한 짝과 함께하는 새가 아니였다.

 

동물학자들은 생각했다. 최고의 고등동물인 인간도 쉽지 않은데, 하등 동물인 조류에서 평생 한 짝만을 사랑한다는 것이 과연 맞을까? 라는 합리적인 의문에서 연구는 시작됐다. 동물학자들은 24시간 감시 카메라와 GPS 추적 장치를 활용해 원앙의 행동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원앙은 매년 새로운 짝을 찾아 번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정 개체에 대한 애착보다는 짝을 이루는 자체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전략이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믿어왔던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원앙이 단순히 짝을 바꾸는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맞춰 번식 상대를 결정하는 철저한 본능적 메커니즘을 따른다는 점이다. 원앙은 번식기마다 가장 적합한 짝을 선택하며, 이러한 행동이 종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원앙을 사랑했던 한국인의 전통 관념에서 보면 기겁할 일이지만, 자연 세계에서는 매우 일반적인 생존 전략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원앙이 오랜 세월 동안 금실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을까? 원앙의 수컷과 암컷은 외형적으로 비슷해 일반인의 눈에는 구별이 어렵다. 그런데 알록달록 예쁜 두 마리가 항상 함께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면서, 자연스럽게 금실 좋은 새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이는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요인이 더해진 결과였다.

 

특히 조선시대를 거치며 원앙의 의미는 더욱 강화됐다. 유교적 가치관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면서, 부부간의 정절과 신의를 강조하는 도덕적 상징이 필요했다. 원앙은 그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절한 동물이었고, 결혼 예식에도 활용되며 평생 짝이라는 상징성이 공고해졌다. , 원앙은 단순한 자연 생태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도덕적 기대를 투영한 상징이었다.

 

그러나 최근 원앙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자, 원앙을 바람둥이 새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생겼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오해를 또 다른 극단적 해석으로 덧씌우는 것이다. 원앙이 짝을 바꾸는 것은 인간의 도덕적 잣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원앙은 오랜 세월 동안 같은 방식으로 살아왔을 뿐, 변한 것은 우리의 인식이다.

 

자연의 법칙을 인간의 가치 기준으로 재단해서는 안된다. 수백 년 동안 한국인은 원앙을 부부애의 상징으로 미화했고, 이제 그 인식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생각을 바꾸면 된다.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은 성향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실제와 다른 의미를 덧입히고, 그것을 신념처럼 믿으며 어려움을 극복하려 한다. 원앙에 대한 오랜 믿음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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