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한국은 활어회, 일본은 선어회…같은 듯 다른 식문화

news1657 2025. 5.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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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미지 사진 99

 

일본인은 회를 좋아한다. 한국인도 회를 좋아한다. 그러나 같은 회를 먹는다고 해서 같은 음식을 즐긴다고 볼 순 없다. 한국인은 살아 있는 活魚회를 선호하고, 일본인은 하루 또는 이틀간 냉장 숙성한 鮮魚회를 즐긴다. 같은 생선 한 마리라도 도마 위에 오른 순간, 양국의 문화는 극명하게 갈린다.

 

한국인 중 상당수는 일본 여행을 가면 ‘회 종주국’에서 정통 회를 맛보겠다며 종종 스시집을 찾는다. 그러나 첫입부터 당혹스럽다. 회가 흐물거리고 탄력이 없다. 일부는 상한 것 아니냐며 오해하고, 음식점에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선어 특유의 부드러움을 ‘변질’로 받아들인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국내 기업인들이 일본 바이어를 접대하겠다며 고급 일식집에 초대하지만, 종종 의외의 반응이 돌아온다. “질겨서 씹기 어렵다”, “활어는 식감은 있어도 깊은 맛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접대의 진정성이 오히려 반감되는 순간이다.

 

양국의 회 문화 차이는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다. 신선함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한국은 활어회 중심 문화가 뿌리 깊다. 수족관에서 건져낸 생선을 도마에 올려 즉살한 후 바로 썰어낸다. “오늘 아침에 잡은 고기”라는 말은 품질의 증거다. 펄떡이는 생선은 그 자체로 자부심이다.

 

일본은 다르다. 회는 시간이 만들어내는 맛이라는 철학이 있다. 도쿄의 고급 스시집 상당수는 생선을 당일 손질하지 않는다. 하루 또는 이틀간 냉장 숙성한 뒤 수분을 날리고 단백질을 분해시킨다. 그 과정에서 감칠맛, 즉 우마미가 극대화된다. 식감은 부드러워지지만, 맛은 깊어진다. 이른바 ‘지루(熟成) 사시미’다.

 

이러한 숙성 개념은 일본 요리의 시간 철학과 맞닿아 있다. 단지 싱싱한 것이 좋은 게 아니라, 얼마나 잘 숙성했느냐가 중요하다. 그 과정을 거친 사시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장인의 시간과 손질이 녹아든 결과물이다. ‘셰프의 철학을 먹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가격 개념도 다르다. 한국은 생선의 신선도가 가격을 결정한다. 막 잡은 광어나 우럭은 수요가 몰리고, 활어회 프리미엄이 형성된다. 반면 일본은 시간이 가격을 만든다. 숙성, 칼질, 플레이팅, 그리고 셰프의 기술까지 종합한 ‘오마카세’가 대표적이다. 손님은 음식보다 셰프의 판단과 완성도에 비용을 지불한다.

 

이처럼 활어회와 선어회의 차이는 단순히 회를 먹는 방식이 아니다. 각각의 사회가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은 지금, 여기의 신선함을 중시한다. 일본은 기다림 끝의 농축된 깊이를 높이 평가한다. 활어회냐, 숙성회냐는 곧 즉시성과 숙성의 대립이다.

 

회 한 점 앞에서의 실망이나 감탄은 단순한 식재료 차이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 차이는 결국 문화와 가치의 반영이다. 그 문화는 식탁에서, 입 안에서, 대화 속에서 충돌하거나 이해받는다. 회는 바다에서 온 음식이지만, 회 한 접시에도 한 나라의 시간관, 미각,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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