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는 대개 중고등학생 시절에 오는 것이라 여긴다. 감정이 요동치고, 부모에게 반항하며,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방황하는 시기. 하지만 그 시기를 제때 겪지 못한 사람들에게 사춘기는 훨씬 늦게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있다. ‘40대 사춘기’, ‘50대 사춘기’다. 심리학에서 사춘기는 단순한 반항기가 아니다. 자아가 ‘나는 누구인가’를 묻기 시작하는 정체성 탐색의 시간이다. 이는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반드시 그 시기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성찰의 여유와 조건이 허락되지 않으면, 사춘기는 얼마든지 유예될 수 있다. 가난, 가정폭력, 생계부양, 전쟁 같은 현실은 자아 형성을 가로막는다. 배고픔을 해결하고 가족을 돌보는 일이 먼저인 상황에서, 나는 누구인지 돌아볼 시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