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존칭어는 역사적으로 신분과 지위에 따라 엄격하게 구분되었다. 오늘날에는 일부 표현만 남아 있지만, 과거에는 존칭어 자체가 상대방의 사회적 위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존칭어들은 단순한 높임말이 아니라, 상대방을 어디서 바라보는지를 의미하는 공간적 개념과도 연결되어 있다. 즉, 계단 아래에서 황제를 올려다보는지, 궁전 전각 아래에서 왕을 바라보는지, 혹은 책상 아래에서 학자를 우러러보는지에 따라 호칭이 달라졌다. 우선, ‘폐하’는 황제에게만 사용된 최고의 존칭어다. 여기서 ‘폐(陛)’는 궁전의 계단을 의미하는데, 이는 신하가 황제가 앉아 있는 높은 단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계단 아래에서 황제를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존재였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폐하’라는 표현은 단순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