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선정한 3대 기행문이 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조선의 최부가 남긴 『표해록』, 일본 승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다. 『동방견문록』은 유럽에 중국을 알린 대표적인 기행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두 번째로 꼽히는 기행문이 조선인이 남긴 기록이라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최부(崔溥, 1454~1504)는 조선의 학자이자 관료로, 1488년 부친상을 당하고 제주에서 전라도로 돌아가던 중 풍랑을 만나 표류했다. 그는 중국 절강성(현 항저우 부근)에 도착했으나, 처음에는 왜구로 오인되어 감옥에 갇혔다. 이후 조선의 관료임이 밝혀져 명나라 조정에 보고된 후 북경으로 압송되었으며, 황제를 알현하는 기회를 얻었다. 당시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최부 일행은 운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