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가족 식사 속에 숨겨진 의외의 면역효과

news1657 2025. 3.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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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개인위생이 강조되면서 가족끼리도 국자를 따로 사용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침이 묻은 숟가락을 그대로 찌개에 넣어 퍼먹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현대적인 관점에서는 비위생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밥상 문화가 의도치 않게, 가족 면역력 형성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흥미롭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았고, 감기 등 전염병을 예방할 백신이나 치료제도 부족했다. 이런 환경에서 가족 중 누군가 아프면 온 가족이 함께 병을 이겨내야 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침이 공유되는 국물 문화가 가족 내 면역력 형성에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가족 중 한 명이 감기에 걸려 회복하는 과정에서 같은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 나머지 가족들도 면역 반응을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가족 내 자연 면역력 강화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요즘처럼 개인 식사가 일반화되면서 가족들이 순차적으로 감기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 사람이 회복될 무렵 다른 가족이 다시 감기에 걸리는 돌림 감기현상이 대표적이다. 이는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현대적 생활 방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유식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조부모가 손주에게 직접 씹어준 밥을 먹이는 일이 흔했다. ‘침 반, 밥 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위생 관념이 강조되는 요즘, 며느리들이 보면 기겁할 일이지만, 당시에는 손주가 잘 먹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큰 탈 없이 자랐다.

 

일부 연구에서는 부모의 타액이 포함된 음식이 아이의 장내 미생물 균형을 조정하고 면역 체계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런 현상은 인간뿐만 아니라 원숭이 등 일부 포유류에서도 관찰된다. 새끼에게 직접 씹어준 음식을 먹이는 습성을 통해 미생물과 면역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다만, 현대 의학에서는 이런 방식이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부부간 키스도 단순한 애정 표현을 넘어 면역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연구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키스를 통해 타액 내 미생물이 교환되면서 면역 반응이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부부가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면역 체계가 점차 유사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생 개념이 더 중요해지면서, 과거의 식사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감염병 예방이 중요한 현대 사회에서 과거의 공동 식사 문화가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렵다. 위생이 강조되면서 방역의 개념도 점차 개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이라는 개념이 있다.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면역 체계가 덜 발달해 알레르기나 면역 질환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면역력 형성과 감염병 예방을 동일한 관점에서 볼 수는 없지만, 과거 밥상 문화 속에 숨겨진 가족 면역의 비밀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의미있게 작용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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