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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함정에서 벗어나자

news1657 2025. 2. 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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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미지 사진 03

 

최근 한국 정치판에서는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정확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이용했다는 의혹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는 여론조사가 본래의 목적을 잃고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론조사는 전수조사가 아닌 만큼 기본적으로 오차범위가 존재한다. 통계학적으로 오차범위는 그 범위 안에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오차범위가 ±3%인 여론조사에서 A 후보가 42%, B 후보가 38%를 얻었다면, 두 후보의 차가 오차범위 6%를 넘어서지 않기 때문에 누가 앞섰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한국언론은 “A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B후보를 5% 앞섰다”고 보도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장을 역임한 숙명여대 통계학과 김영원 전 교수는 “이같은 보도는 A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 여론을 조작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또 “여론조사에서 5% 내외의 출렁임은 누구에게 더 우호적인 수식어를 붙이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맹점 때문에 정당들이 입후보자 간 경쟁에서 선호하지 않는 후보를 탈락시키기 위해 이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은 여론조사 기관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 여론조사에는 특정 후보나 정당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반대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 척하며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시키는 '역선택'의 함정이 있다. 이런 비과학적 요소들이 잠재해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후보자를 뽑을 때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아주 특이한 나라다.

마지막으로, 자동응답 시스템(ARS) 방식에는 의견 표명에 적극적인 층의 응답률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ARS 조사 방식은 사람이 직접 질문하는 전화면접 방식과 달리, 응답거부나 조사중단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다 보니 ARS 조사는 표본수를 채우지 못해 가중치를 둬야 하는 사례가 많다. 많은 언론사들이 이럼에도 ARS를 선호하는 이유는 첫 번째는 비용 때문이고, 두 번째는 통계를 보정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선거철이면 한국에서 언론사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라면 너나 할 것없이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그런데 문제는 조사 규모다. 지방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 가운데 표본 수가 100명도 안되고, 오차범위가 ±5%를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오차범위가 클수록 통계의미가 약해지고, 표본수가 적으면 가중치를 둬야 하기 때문에 더 틀릴 수 있는데도 조사방식은 조그맣게 하고 결과만 크게 보도한다. 그중에는 여론을 호도할 목적도 숨어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론조사의 표본 수와 조사 방법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론조사 기관은 표본을 충분히 확보하고, 오차범위와 응답률을 명확히 공개해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작은 규모의 표본으로 여론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 기구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기구는 여론조사의 표본추출 방식과 질문 설계, 가중치 부여 방식 등을 검증하고, 잘못된 조사가 공표되지 않도록 사전 심의를 강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관리기능만 있을 뿐, 실질적인 감시와 처벌권한은 없다.

여론조사는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중요한 도구다. 그 결과를 해석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도 절제와 정확성이 요구된다. 여론조사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우리 정치권과 언론은 스스로 이러한 함정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여론을 왜곡하려는 시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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