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바로 양치하라’는 말은 오랫동안 상식처럼 여겨져 왔다. 특히 하루 세 번 식후 칫솔질은 충치 예방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철저히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구강 생리학과 치과 예방의학 분야에서는 이 습관이 오히려 치아 마모를 부추겨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식사 후 구강 내 환경은 산성으로 급변한다. 당분과 탄수화물이 침 속 박테리아와 반응해 산을 만들어내고, 이 산이 치아 표면의 법랑질을 일시적으로 약화시킨다. 이 상태에서 곧바로 칫솔질을 하면, 연마제 성분과 물리적 마찰이 법랑질을 더욱 쉽게 마모시킨다. 실제로 도쿄치과대학 연구팀은 하루 세 끼 식사 직후 양치하는 사람일수록 법랑질 마모가 더 심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충치를 막기 위해 한 행동이 오히려 치아를 갉아먹는 셈이다.
그렇다고 양치를 미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식후 입안의 산성도는 침의 작용으로 약 30분에서 1시간 안에 중화된다. 이 시간을 기다려 양치하면 치아에 가해지는 손상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산성도가 높은 과일, 탄산음료, 식초류 등을 섭취한 경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식사 직후에는 물로 입을 헹궈주는 것만으로도 산을 일정 부분 씻어낼 수 있다.
이때 ‘침’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침에는 산을 중화하는 완충 성분은 물론, 치아 재광화에 필요한 칼슘과 인이 풍부하다. 또한 침은 입속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고, 치아 표면의 탈회된 부분을 복구하는 기능도 한다.
실제로 음식물 찌꺼기가 입안에 남아 있더라도, 낮 동안 침과 음료, 그리고 다양한 음식 섭취 과정에서 계속해서 순환되고 씻겨 나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오래 치아에 달라붙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음식물이 치아 표면에 붙은 채 법랑질을 손상시킬 정도로 탈회를 일으키려면 일정 시간 이상 산성 환경이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낮시간 활동 중이라면 충치 발생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치과 전문의들의 소견이다.
침은 인간의 몸이 만든 최고의 천연 치약이다. 그래서 양치를 마친 뒤에는 입안에 침이 고인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이 하나의 좋은 치아 보호 습관이 될 수 있다. 중년 이후에는 구강 내 침 분비량이 줄어들고, 입을 벌리고 자는 경우도 많아진다. 이런 상태에서 양치 직후 곧바로 잠드는 것은, 입안 자정작용이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구강이 마르게 만든다. 결국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양치는 자기 전 양치다. 이를 마친 뒤 입안이 침으로 촉촉한 상태인지 확인하고 잠드는 습관이 치아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하루 세 번 양치’는 사실 상업주의의 산물이다. 플라스틱 칫솔과 합성 치약이 보편화된 시기는 20세기 이후에야 가능했다. 그 이전까지 인류는 정제되지 않은 자연식을 오래 씹으며 침 분비를 자극했고, 나뭇가지나 천연 재료로 입안을 닦았다. 인간의 몸은 스스로 구강을 지키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최근 전문가들은 하루 세 번 양치 대신, 아침 기상 직후와 자기 전 두 번을 기본으로 삼고, 식사 후에는 물로 입을 헹군 뒤 필요에 따라 부드럽게 양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기 전 양치와 침 분비 유도는 반드시 실천해야 할 습관이다. 밥을 먹고 '하루 세 번 양치'는 치아를 위한 노력이었다. 그런데 그게 틀렸다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하루 세 번이라는 횟수보다, 언제 어떻게 닦느냐가 치아를 지키는 진짜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