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니어스법, 스테이블 코인의 역설…달러만 남고, 미국은 없다?

news1657 2025. 7. 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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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미지 사진 109

 

미국 상원이 최근 통과시킨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질서를 흔들고 있다. 핵심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연방정부의 감독 아래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을 넘어, 국제 통화 체제와 금융 주권의 지형을 바꿔놓을 법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법을 강하게 밀어붙인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과거 비트코인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그가 스테이블 코인만큼은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단순한 시장 친화적 접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해외 달러 수요를 흡수하고, 이를 활용해 국채 발행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물가 불안과 경기 둔화 속에서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미 금리는 20년 만의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금리를 더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국채를 안정적으로 소화하려면 외부 유동성을 끌어들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그 해법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해외에 퍼뜨려, 디지털 형태로 외화 수요를 흡수한 뒤 이를 국채 발행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통화 신뢰도가 낮은 중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국가들이 주요 타깃이다. 이미 현금 달러에 의존하고 있는 이들 지역에서 디지털 달러는 더 편리하고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구조는 미국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현금을 찍어내지 않고도 달러 수요를 창출할 수 있으며, 그 돈을 담보 삼아 국채를 발행하면 금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디지털 달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기축통화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이 전략에는 심각한 고민이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시스템이다. 누구나 지갑을 만들고, 국경을 넘나들며 자산을 이동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디지털 달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재를 받는 국가나 조직이 우회적으로 달러를 활용하는 통로가 생길 수 있다. 통화는 미국 것이지만, 그 유통 흐름은 점점 미국의 통제를 벗어난다. ‘검열 없는 달러’, ‘보이지 않는 자본이 국경 없이 떠돌게 된다. 디지털화는 통화의 생존력을 높이는 동시에, 통제 가능성을 낮춘다.

 

개발도상국의 통화 주권 붕괴도 잠재적인 위험 요소다. 달러 베이스의 디지털코인이 자국 경제로 깊숙이 유입되면, 해당국의 통화정책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국민들이 디지털 달러를 더 선호하게 되면, 자국 통화는 유통력과 신뢰를 모두 잃는다. 물가, 환율, 금리 등 모든 경제 지표가 미국의 정책에 종속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는 저개발국의 통화 주권과 경제적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지니어스법이 미국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는 이유다. 일부 의원들은 디지털 달러가 미국의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연방정부의 통제를 우회하는 자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국채를 팔기 위한 수단으로는 유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통제력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양날의 칼을 쥐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미국의 자금 조달을 넓히고, 디지털 기축통화를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미국이 세계 경제의 경찰 국가역할을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그가 밀어붙이는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의 디지털 패권을 확장하는 도구인 동시에, 미국 스스로 질서를 내려놓는 서막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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