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인간은 이성보다 직관으로 도덕을 판단한다

news1657 2025. 4. 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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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서로 다투는가. 왜 같은 사건을 두고, 어떤 이는 분노하고 어떤 이는 박수를 보내는가. 뉴욕대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이 질문에 도덕심리학이라는 렌즈로 접근했다. 그의 결론은 분명하다. "인간은 이성보다 먼저 직관으로 도덕을 판단한다."

 

하이트 교수는 13만 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도덕을 평가할 때 여섯 가지 기반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그것은 배려, 공정, 충성, 권위, 고귀함, 자유이다. 이 가운데 진보 성향 사람들은 배려’, ‘공정’, ‘자유세 가지에 집중한다. 고통받는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 불공정을 참지 못하는 감정, 권력에 의해 억눌리지 않으려는 태도가 중심이다.

 

반면 보수는 여섯 가지 기반 모두를 고르게 반응한다. 약자를 보호하는 배려나 공정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국가에 대한 충성, 전통적 질서에 대한 존중, 도덕적 순결성과 같은 가치를 함께 중시한다. , 진보는 개인의 고통과 불평등에 민감하고, 보수는 공동체의 질서와 규범 붕괴에 민감하다.

 

그래서 정치적 갈등은 단순한 정책의 차이나 정보 부족 때문이 아니다. 세상을 보는 눈 자체가 다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직관적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대립한다.

 

하이트 교수는 이런 차이를 '코끼리와 기수'라는 비유로 설명했다. 인간의 도덕 판단은 크고 무거운 코끼리이고, 이성은 그 위에 올라탄 작은 기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기수가 코끼리를 조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코끼리가 가는 방향에 맞춰 기수가 이유를 찾아내 정당화할 뿐이다. 사람들은 이성으로 판단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감정과 직관이 먼저 움직이고, 이성은 그 뒤를 따라가는 구조다.

 

이 비유는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컨대 노조문제만 봐도 그렇다. 진보는 노조를 약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방파제로 본다. 해고나 임금 체불, 산업재해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이라고 본다. 반면 보수는 노조가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특권화되었다고 보고, 대다수 국민의 불편과 손해로 이어진다고 본다. 양측 모두 일정한 진실을 갖고 있지만, 서로 다른 도덕 기초 위에 서 있기에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조국 사태’, ‘양산 시위’, ‘젠더 갈등같은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한쪽은 정의와 자유의 문제로 본다. 다른 쪽은 질서와 고귀함의 문제로 본다. 도덕 감각이 다르니, 같은 장면을 보고도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 차이는 단순한 오해가 아니다. 서로 다른 도덕 언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하이트 교수는 말한다. "상대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도덕 기초 위에 서 있을 뿐이다." 진보든 보수든, 자기 기준으로만 세상을 재단하면 결국 서로를 악마화하게 된다. 갈등은 더 깊어진다. 중요한 건, 먼저 상대의 코끼리를 이해하려는 태도다. 설득은 기수가 아니라 코끼리를 향해야 한다. 직관을 움직이지 못하면, 논리는 아무리 날카로워도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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