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분양받는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인테리어까지 완비된 상태로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바닥재, 벽지, 조명, 주방가구, 욕실 도기까지 모두 갖춰진 집이 기본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최근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이 상식을 거스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인테리어를 제외한 상태로 분양받는, 이른바 ‘누드분양’이다.
이 방식은 건설업계에서는 ‘마이너스 옵션’이라 부른다. 골조공사와 배관, 전기 등 기본 구조만 완공한 뒤, 마감재는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맞춤형 설계 개념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대로 내부를 꾸밀 수 있고, 분양가는 그만큼 낮아진다. 일반 소비자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인테리어 감각이 있거나 세금 부담에 민감한 이들 사이에서 실속 있는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분양 현장에서는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할 경우 2천만 원에서 많게는 3천5백만 원까지 분양가를 할인해주는 사례가 있다. 전용 84㎡ 기준으로 기본 분양가가 6억5천만 원인 아파트를 누드분양으로 받을 경우, 옵션 제외로 6억 원까지 낮아진다. 이에 따라 취득세는 약 1,300만 원에서 900만 원 수준으로 줄어들며, 최대 400만 원 가까운 절세가 가능하다.
분양 후 기본 인테리어가 마음에 안들어 철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천만 원을 들여 기존 마감을 부수는 일이 흔한데, 누드분양은 이를 처음부터 생략할 수 있다. 마감재가 없는 상태로 공급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철거 없이 바로 맞춤 시공이 가능하다. 철거비용을 감안하면 최대 1,500만~2,000만 원 규모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입주 후 본인이 진행한 주방 개조, 수납장 설치, 시스템 에어컨처럼 주택 가치를 높이는 항목은 양도소득세 계산 시 필요경비로 인정받는다. 전용 84㎡ 기준 맞춤형 인테리어 비용이 5천만~1억 원 수준이라면, 전액 필요경비로 인정받을 경우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천만 원 이상의 세금 절감이 가능하다.
실제로 경기도 동탄의 한 신축 단지에서는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한 세대 비율이 전체의 20%에 달했다. 해당 단지는 고객이 지정한 인테리어 업체의 자재와 설계를 사전 승인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한 입주자는 “똑같은 아파트가 싫었다. 내 동선대로 설계하니 만족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누드분양은 새로운 수요층을 확보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고객 불만을 줄이고 시공 비용도 절감된다. 다만 기본 인테리어가 없는 상태에서 하자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또한 방화, 방음, 단열 등 기준에 맞는 자재와 시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입주 승인이 어려울 수 있다. 대부분 단지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테리어 설계와 시공을 건설사나 관리주체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드분양은 삶의 질과 경제성을 모두 고려하는 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다. 특히 주방 구조나 수납 동선 등 실내 활용에 민감한 실수요자일수록 만족도가 높다. 분양가 절감, 취득세 경감, 철거·인테리어비까지 합치면 총 절세 효과는 최대 3천만~4천만 원 이상에 이를 수 있다. 해외 고급 주택 시장에서도 인테리어 완성형보다 맞춤 설계를 중심으로 한 분양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