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전자 플랙트 인수...성장동력? 반도체 피로감?

news1657 2025. 5. 1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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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미지 사진 91

 

삼성전자가 독일의 유럽 최대 공조기업 플랙트(FläktGroup)23천억 원에 인수했다. 데이터센터와 산업시설용 중앙공조 전문 기업인 플랙트는 냉난방공조(HVAC) 분야에서 100년 넘는 업력을 가진 글로벌 강자다. 삼성은 이번 인수를 통해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반도체와 휴대폰을 양 날개로 삼아 달려온 삼성전자가 갑자기 에어컨 회사를 인수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반 소비자의 눈에는 다소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다.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이번 인수는 반도체와 모바일이라는 기존 수익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미래 산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다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이다. 데이터센터, 병원, 공항, 박물관 등은 AI·자율주행·로봇 등 신기술 확산과 함께 냉각 안정성이 핵심이 되는 분야다.

 

특히 AI 연산이 고도화되면서, 고밀도 서버를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냉각 솔루션이 필수다. 삼성은 이미 IT 기반의 빌딩 통합제어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여기에 플랙트의 산업용 공조 기술이 결합되면, 단순 제품 공급을 넘어선 통합형 B2B 솔루션으로 진화할 수 있다.

 

글로벌 HVAC 시장은 이미 반도체 시장보다 연간 성장률이 높고, 2050년 탄소중립을 앞두고 고효율 에너지 설비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각국이 친환경 건축기준을 강화하면서, 중앙공조 분야는 고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력적인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에도 미국 HVAC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번 플랙트 인수로 미국과 유럽이라는 선진 공조시장 양축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삼성 입장에선 가정용 에어컨에 집중된 기존 사업에서, 산업·데이터센터용 공조 시스템으로 확장해 지속 가능한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이번 행보를 성장성의 전환점이 아닌, ‘성장의 한계 신호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삼성의 주력인 반도체 산업은 최근 수년간 반복된 업황 침체를 겪었고, 경쟁력 측면에서도 TSMC, 엔비디아 등과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초격차전략의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내부 혁신보다는 외부 인수를 통한 우회 전략을 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특히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아직 글로벌 1위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차세대 핵심 시장에서도 확실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강점을 보여온 메모리 부문 역시 업황에 민감한 구조 탓에 실적 변동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DX부문(스마트폰·TV 중심) 성장도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 애플과의 프리미엄 시장 경쟁,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속에서 돌파구 마련이 절실했다. 이 과정에서 선택한 플랙트 인수는 신시장 개척이라기보다 기존 모델 유효성 약화에 따른 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읽힐 수 있다.

 

성장동력 확보냐, 반도체 피로감의 반증이냐. 삼성의 이번 선택은 양날의 칼이다. 다만 분명한 점은, 삼성전자가 더 이상 반도체 하나만으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시대에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공조산업이라는 낯선 분야에 대한 진입은, 위기와 기회의 경계에서 이뤄진 고심 끝의 선택이다.

 

결국 승부는 접목의 질에서 갈린다. 공조 기술과 삼성의 시스템 제어 역량, 글로벌 유통망이 효과적으로 융합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이것이 수익 중심의 서비스 사업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삼성의 다음 행보가 기존 제조업 기반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는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주력 사업의 동력을 잃은 대기업의 다급한 다변화 시도에 그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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