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AI 검색의 거센 파고를 맞고 있다. 검색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유지해 온 네이버, 그리고 생활형 플랫폼으로 확장해 온 카카오가 AI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를 모색 중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존 플랫폼의 근간이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검색 엔진은 키워드 중심으로 작동했다. 이용자가 특정 단어를 입력하면 연관성이 높은 문서나 웹사이트가 나열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생성형 AI 기반 검색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단순한 정보 나열이 아니라, 사용자의 질문을 이해하고 종합적인 답변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이에 대응해 '서치GPT'를 개발하며 검색 시스템을 AI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이는 자사의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한다. 카카오 역시 한국어 특화 AI 모델 'KoGPT'를 활용한 검색 기능을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존 검색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요 수익원은 검색 광고다. 네이버는 자사 검색 결과 최상단에 광고를 배치하며 트래픽을 활용한 광고 수익을 극대화해왔다. 카카오 역시 뉴스 및 생활형 서비스와 연계한 광고 모델을 적극 활용해 왔다. 그러나 AI 검색이 활성화되면 기존 방식의 검색 광고 노출이 줄어들 수 있다. AI가 질문에 직접 답변을 제공하면 사용자가 검색 결과 페이지를 클릭할 필요성이 감소하고, 이는 검색 광고의 가치를 낮출 수 있다. 결국 플랫폼의 트래픽이 줄어들고 광고주의 관심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기존의 광고 기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요소다.
네이버는 AI 검색을 기존 검색 시스템과 공존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검색+AI' 조합을 통해 기존 검색 광고 수익을 유지하면서도 AI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또한, AI를 활용한 쇼핑 추천, 맞춤형 정보 제공 등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AI 검색 운영에는 막대한 서버 비용이 들어간다. 생성형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려면 기존 검색보다 훨씬 높은 컴퓨팅 리소스가 필요하다. 이는 플랫폼 운영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
카카오는 AI 검색보다는 AI 추천 시스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 i' 플랫폼을 활용한 맞춤형 콘텐츠 추천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검색 트래픽 자체가 네이버보다 적은 카카오 입장에서는 AI 검색이 가져올 변화가 더욱 위협적일 수 있다. 카카오는 생활형 서비스(모빌리티, 금융 등)와 AI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검색 광고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AI 검색으로 인해 흔들리는 또 다른 이유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심화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이 AI 검색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이들은 이미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독점적 지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체 AI 검색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구글·MS·오픈AI가 제공하는 AI 검색 기술과의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 이들 기업은 방대한 데이터와 글로벌 사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AI 검색 시대가 본격화되며 네이버와 카카오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기존의 검색 광고 모델을 유지하면서 AI 기능을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AI 검색의 흐름을 주도하는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AI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에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될지, 지금이 중요한 변곡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