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자동차 전시회 맞아?”
2025 서울모빌리티쇼를 찾은 시민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자동차가 전면에서 빠진 자리를 드론과 굴착기, 자율주행 셔틀, 거대 캐릭터 조형물이 채웠다. 행사장에 전시된 최신형 자동차보다 더 긴 줄은 굴착기 체험 부스 앞에 늘어섰다. 관람객의 시선은 이제 더 이상 바퀴 달린 차체에 머물지 않았다.
서울모빌리티쇼가 30주년을 맞아 확연한 변화를 보여줬다. 전통적인 자동차 전시회 틀을 깨고 ‘모빌리티’라는 이름에 걸맞은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를 넘어선 기술과 콘텐츠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관람객은 신차 발표보다 새로운 체험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HD현대의 굴착기 전시다. 중장비 제조사가 서울모빌리티쇼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D현대는 전시장 전면에 40t, 24t급 대형 굴착기를 배치하고 조종석에 탑승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어린이 관람객의 호응이 뜨거웠다. 전시회가 ‘볼거리’에서 ‘놀거리’로, 기술 중심에서 생활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롯데그룹의 전시 전략도 눈길을 끌었다. 3m 높이의 거대 벨리곰이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았고, 벨리곰 래핑 자율주행 셔틀이 행사장을 누볐다. 단순한 캐릭터 전시가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과 메타버스를 접목한 브랜드 경험 공간이었다. 기술이 콘텐츠와 만나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변화는 서울만의 현상이 아니다. 도쿄모터쇼는 ‘재팬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꿨고, 휠체어와 유모차 기업까지 참여하는 포용적 전시회로 확대되고 있다. 제네바모터쇼는 스위스를 떠나 중동 카타르에서 새로운 모빌리티쇼로 재편됐다. CES 역시 전자·IT 박람회에서 모빌리티 기술 전시가 주축이 되고 있다. 전통의 자동차 전시회들이 하나같이 ‘탈자동차화’를 택하고 있다.
서울모빌리티쇼도 그 흐름에 올라탔다. 과거에는 각 제조사가 출시한 신차를 두고 경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자율주행 로봇, 드론 배송, 도심항공교통(UAM), 해상 모빌리티까지 포함된 ‘확장된 이동성’이 주인공이다. 관람객은 이제 자동차의 마력보다 일상에 녹아든 기술을 체험하고 싶어한다.
전시회의 트렌드 변화는 산업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한다. 전시장이 곧 산업의 방향을 보여주는 거울인 셈이다. 사용자 중심 경험이 기술보다 앞선 메시지가 되고 있다. 자동차 없는 자동차쇼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오히려 기존 자동차쇼보다 더 큰 상상력을 자극한다.
2025 서울모빌리티쇼는 그 진화의 중심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다. ‘모빌리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하나의 답을 제시했다. ‘이동수단’의 정의가 바뀌는 시대, 전시도 바뀌고 있다. 이제 자동차는 모빌리티쇼의 전부가 아니다. ‘자동차 그 이상’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