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신선식품 전문 플랫폼 컬리와 손잡았다. 단순한 입점 이상의 의미다. 유통 시장의 권력 구도에 균열을 내겠다는 시도다. 쿠팡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연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지난 10여 년간 유통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직매입과 자체 배송망, ‘로켓배송’으로 압축되는 소비자 경험이 핵심이었다. 기존 대형 유통사들이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 쿠팡은 유일한 생존자처럼 성장했다. 새벽배송까지 내재화하면서 독보적 브랜드가 됐다.
반면, 네이버는 검색 기반 커머스 플랫폼으로 고객 기반은 강했지만, 물류 인프라와 신선식품 배송에서는 약점을 드러냈다. 이 약점을 채워줄 존재가 바로 컬리다. 큐레이션 중심의 독점 상품, 충성도 높은 30~40대 여성 고객층, 정교한 새벽배송 시스템을 갖춘 컬리는 네이버의 빈틈을 채우기에 적합하다.
이번 협업은 네이버의 새 오픈마켓 플랫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가 공식 입점하는 방식이다. 상품만 입점하는 것이 아니다. 양사는 공동 마케팅과 고객 서비스 전반을 연계한다. 업계는 이를 ‘반쿠팡 전선’의 시작으로 본다.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축이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경쟁은 소비자에게 당분간 환영받을 만하다. 더 빠른 배송, 더 다양한 구성, 더 많은 혜택이 가능하다. 유통 플랫폼들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한다. 지금은 ‘허니문 시대’다. 소비자가 주도권을 쥔 듯 보이는 시기다.
네이버는 최근 들어 커머스 플랫폼의 직접 통제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검색, 결제, 배송을 하나로 묶는 ‘폐쇄형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그 실험장이자 승부처다. 컬리 입점은 그 시작점이다.
컬리 역시 절박하다. 한 차례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던 컬리는,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상장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독립 플랫폼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네이버라는 대형 플랫폼에 올라탐으로써 안정적인 유입과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유통 전쟁의 끝은 언제나 비슷하다. 승자가 시장을 장악하면, 가격은 오른다. 혜택은 사라진다. 소비자는 처음엔 주도자 같지만, 전쟁이 끝나면 볼모로 전락한다. 쿠팡도 초기에는 무료배송과 파격 할인을 내세웠지만, 와우 멤버십 요금은 결국 인상됐다. ‘이긴 자가 수확을 가져간다’는 것은 유통업계의 오래된 공식이다.
이런 구조는 해외에서도 반복된다. 아마존은 가격 경쟁과 빠른 배송으로 시장을 장악한 뒤, 구독 기반 유료 모델로 전환했다. 경쟁자를 줄이고 나면, 소비자 혜택은 줄어든다. 유통 플랫폼 전쟁은 언제나 같은 결말을 향해 달린다.
소비자가 이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구조를 인식하는 태도는 필요하다. 혜택 뒤에 어떤 흐름이 숨어 있는지 이해하는 감각이 중요하다. 유통업체의 싸움은 계속되겠지만, 소비자는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