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군 정찰위성 4기를 갖춘 세계 5번째 국가로 올라섰다. 22일 발사된 정찰위성 4호기가 우주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지상국과의 교신에 성공하면서, 한국의 대북 감시 역량이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4호기에는 정찰위성의 '눈'이라 불리는 SAR(Synthetic Aperture Radar, 합성개구레이더) 센서가 완전 국산 기술로 장착돼 주목된다.
정찰위성은 크게 위성 본체와 탑재체(SAR·EO/IR)로 구성된다. 그동안 SAR 기술은 고난도 기술 집약체로 손꼽혀 왔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가 독점해온 기술로, 한국도 과거 2·3호기 정찰위성에서는 해외 기술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제작했다. 그러나 이번 4호기는 설계부터 신호처리 알고리즘, 고속 영상 전송 링크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된 첫 사례다.
SAR은 지상의 지형지물을 전파로 탐지해 영상화하는 고해상도 감시장비다. 낮과 밤, 비·눈 등 날씨와 관계없이 촬영이 가능하며, 수 미터 단위의 지형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다. 4호기에 탑재된 SAR은 하루 4~6회 경사궤도를 돌며 한반도를 정밀 촬영한다. 특히 차량, 무기, 인원의 움직임을 일정 간격으로 축적해 비교 분석하면 북한의 군사 시설 배치 변화나 미사일 기지의 활동 정황까지 정밀 추적이 가능하다.
이번에 발사된 4호기까지 포함해 한국은 EO/IR 정찰위성 1기와 SAR 위성 3기를 실제 운용 중이다. 연내 발사 예정인 5호기까지 전력화되면, 한반도 상공을 2시간 간격으로 관측할 수 있는 위성망이 완성된다. 이는 북핵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징후를 조기에 탐지하고, 전략 표적의 움직임을 실시간에 가깝게 포착하는 구조다.
현재 SAR 정찰위성을 4기 이상 실전 배치한 국가는 미국, 중국, 인도, 이탈리아뿐이다. 여기에 한국이 합류한 것이다. 미국은 민·군 포함 수십 기 이상의 정찰위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IGS-Radar 계열 위성으로 6기 이상의 SAR 위성을 운용 중이다. 이들 국가의 정찰위성과 한국 위성을 합하면, 동북아 지역에서만 15기 이상이 북한 상공을 교차 감시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우주 안보 연대'라고 부른다. 각 국의 정찰위성이 독립적으로 북한을 감시하는 동시에, 국가 간 정보공유 협력이 강화되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억제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기술 독립을 통해 정보 주권을 확보했다는 점은 향후 연합작전 수행 능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찰위성 4기의 시대는 단순한 전력 증강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우주방위 기술 자립에 실질적으로 돌입했음을 선언하는 신호탄이다. 고도화된 감시능력은 전장의 지도를 바꾸고, 외교적 협상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킨다. 정밀한 눈을 갖춘 나라는 정밀한 억지력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