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기존 지상파 예능의 형식을 빌려 ‘일일 예능’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방송 시장의 권력이 다시 한 번 OTT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그러나 정작 기존의 거대 지상파 방송사들은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변화하는 시청자의 요구에 맞춰 혁신하지 않는다면, 지상파 방송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도라이버: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TV 예능과 유튜브형 예능의 중간 형태를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KBS에서 폐지된 ‘홍김동전’의 출연진과 제작진이 그대로 참여한 작품으로, TV 시청률은 1%대에 그쳤지만 넷플릭스에선 공개 직후 인기 차트 1위에 올랐다.
KBS에서는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폐지를 결정했지만, 정작 넷플릭스는 이를 주간 예능 형태로 재구성해 성공을 거두었다. KBS가 놓쳐버린 시청층을 넷플릭스가 빠르게 흡수한 것이다. 이는 플랫폼의 차이가 아니라, 시청자 니즈에 대한 이해력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넷플릭스는 빠른 트렌드 변화 속에서 실험적인 포맷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제작 방식과 편성 전략에 갇혀 있다.
과거 지상파 방송사들은 전파 독점을 기반으로 국민의 주요 정보 및 오락 공급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며 선택권은 철저히 시청자에게 넘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여전히 시청자보다는 내부 제작 시스템과 관행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 편성 방식은 여전히 ‘주말 대형 프로그램’ 중심이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일일 예능’처럼 가볍고 빠른 소비가 가능한 콘텐츠가 대세가 되는 시대에 기존의 주말 프라임타임 전략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지털 전환에도 소극적이다. 주요 PD들과 작가들이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이동하면서 방송국의 콘텐츠 제작 역량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유능한 인재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제작 환경을 찾아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기존 조직 운영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원하는 콘텐츠는 기존 방송 포맷과 다르다. 넷플릭스가 선보인 ‘주간 예능’처럼 가볍고 짧은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유튜브에서도 ‘밥 친구 예능’이라 불리는 포맷이 각광받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여전히 60~90분짜리 예능 제작에만 집중한다면, 시청자 이탈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미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매출 감소와 제작비 상승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가 예능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장악한다면, 방송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방송사들도 플랫폼과 콘텐츠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성공은 단순히 자본력의 문제가 아니다. 변화하는 시청자의 취향을 빠르게 반영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공급한 것이 주효했다. 기존 방송사들이 ‘넷플릭스가 예능까지 빼앗아갔다’며 위기감을 느끼는 것보다, 왜 넷플릭스가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