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멍때리기가 주는 삶의 유익

news1657 2025. 3. 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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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미지 사진 28

 

서울시는 2014년부터 '멍때리기 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이 대회는 스마트폰 사용이나 대화가 금지되며, 가장 안정적인 심박수를 유지하는 참가자가 우승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24년 대회에서는 30대 여성이 90분 동안 멍때리며 심박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우승했다. 얼핏 보면 장난스러운 행사 같지만, 이 대회는 현대인의 삶에서 잃어버린 중요한 무언가를 되찾기 위한 실험이다.

 

사실 멍때리기 대회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는 국제 멍때리기 대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창의성 향상을 위해 근무시간 중에 멍때리기 시간을 제공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슬로우 라이프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일정 시간 동안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역시 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멍때리기가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라는 점은 과학적으로도 여러 차례 입증됐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 오히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DMN은 뇌가 의식적인 사고를 멈추고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정리할 때 작동하는 영역으로, 이 상태에서 창의력이 증진되고, 기억이 재정리되며,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 멍때리기는 뇌를 재정비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멍때리기가 단순한 뇌 활동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22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스트레스 완화와 감정 조절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멍때리기를 권장하며, 특정한 목표 없이 생각을 떠올리는 시간이 오히려 새로운 관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이런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여행을 다녀오던 길, 샤워를 하던 중, 혹은 산책을 하면서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는 뇌가 과부하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사고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많은 창의적인 발견과 발명은 집중하지 않을 때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뉴턴의 만유인력 발견,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순간등은 모두 멍때리기와 같은 무의식적인 사고 과정에서 탄생했다. 따라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억지로 매달리기보다 한발 물러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MBC 워싱턴 특파원을 지냈던 김상운 작가는 그의 저서 왓칭(Watching)에서 관찰과 무의식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사고가 확장될 때 무의식과 연결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의 이론은 다소 초자연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생각을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때 더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멍때리기와 일맥상통한다.

 

현대인은 바쁘게 살아간다. 일과 인간관계, 정보의 홍수 속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반응하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바쁠수록 우리는 의도적으로 멍때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단 몇 분이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일정과 업무에서 벗어나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보면, 멍때리기는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라 삶을 회복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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