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바이오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설립의 의미

news1657 2025. 5. 2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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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미지 사진 95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사를 나눴다. 기존 사업에서 복제약(바이오시밀러) 부문을 떼어내 새로운 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를 만든다는 발표다. 이번 분할은 기존 주주가 새 회사의 주식도 똑같이 나눠 갖는 인적분할구조다. 회사는 나뉘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손해가 없다. 오히려 더 깔끔한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참고로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새 회사를 만들어 지분을 모두 보유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신설회사가 상장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겨, 종종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온다. 이런 점에서 삼성바이오가 인적분할을 선택한 것은 주주 신뢰를 고려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분할의 이유는 분명하다. 삼성바이오는 의약품을 대신 만들어주는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과 복제약을 개발해 판매하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함께 해 왔다. 그런데 위탁생산을 맡긴 고객사 입장에서는, 그 생산업체가 유사한 복제약을 따로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다면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분할은 이러한 우려를 줄이고, 두 회사가 각자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바로 '지주회사 설립'이 그 핵심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이름 그대로 자회사를 관리하고 투자하는 지주회사 형태를 띤다. 한국 재계에서 지주회사는 단순한 조직 개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과거 삼성은 그룹을 총괄하는 미래전략실을 통해 모든 계열사를 조정해왔다. 그러나 재벌 중심 경영과 총수 일가의 전횡 논란이 커지며 결국 해체됐고, 대신 각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룹 전체 전략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주회사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전략실역할을 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독립된 법인이지만, 실제로는 그룹의 방향을 조율하는 중심축이 되는 셈이다. 과거 미래전략실이 비공식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면, 지주회사는 법적인 틀 안에서 투자, 자회사 관리, 그룹 전략 수립 등을 통해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모색하게 된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도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을 맡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개발과 투자를 이끈다. 둘 다 독립된 회사지만 결국 하나의 큰 전략 아래에서 움직인다. 그룹 전체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주체가 바뀐 것일 뿐이다.

 

일부 재벌 그룹에서는 지주회사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조정하고, 투자 방향을 주도하면서 실질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법적으로는 분리된 회사지만, 실질적으로는 총수 일가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경영 투명성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분할을 통해 삼성은 고객사에게는 신뢰를, 투자자에게는 명확한 구조를, 그룹에는 전략의 연속성을 제공하려 한다. 하지만 형식만 바꾸고 본질은 그대로라면, 신뢰는 오래 가지 않는다. 기업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은 결코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고객과 투자자가 냉정하게 지켜보는 시대다. 삼성의 선택이 혁신으로 이어질지, 편법 경영의 또 다른 이름이 될지는 앞으로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노력과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 등 실제 실행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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