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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설립의 의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사를 나눴다. 기존 사업에서 복제약(바이오시밀러) 부문을 떼어내 새로운 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를 만든다는 발표다. 이번 분할은 기존 주주가 새 회사의 주식도 똑같이 나눠 갖는 ‘인적분할’ 구조다. 회사는 나뉘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손해가 없다. 오히려 더 깔끔한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참고로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새 회사를 만들어 지분을 모두 보유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신설회사가 상장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겨, 종종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온다. 이런 점에서 삼성바이오가 인적분할을 선택한 것은 주주 신뢰를 고려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분할의 이유는 분명하다. 삼성바이오는 의약품을 대신 만들어주는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과 복제약을 개발해 판매하는 바이오시..

산업 2025.05.22

뻐꾸기는 이기적이다?...자연의 지혜가 담긴 번식 전략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신의 둥지를 짓지 않고 개개비나 휘파람새 같은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맡기는 번식 방식을 탁란(托卵)이라 부른다. 이러한 생태적 특성 때문에 뻐꾸기는 오래전부터 무책임한 존재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뻐꾸기를 보낸다"는 표현은 은밀한 관계나 책임 회피를 뜻하는 속어로 쓰이고, 뻐꾸기 수컷은 유혹만 하고 떠나는 바람둥이의 이미지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뻐꾸기의 실제 생태는 이런 통념과는 많이 다르다. 한 마리 새끼를 키우는 데 드는 자원과 시간, 그리고 위험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뻐꾸기의 탁란은 새끼를 직접 기르는 방식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조류학계 연구에 따르면 탁란 방식이 직접 육아보다 버려지는 알..

인문학 2025.05.20

제로에너지건축물 뭐길래? 분양가는 인상, 관리비는 인하

6월 30일부터 민간이 짓는 아파트도 에너지 자립률을 갖춘 ‘제로에너지건축물(ZEB)’ 기준을 적용받는다. 지금까지 공공건축물에만 적용되던 제로에너지 설계 의무화가, 앞으로는 30세대 이상 민간 공동주택 신축 시에도 ZEB 5등급 수준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고단열 설비와 고효율 기기(패시브·액티브 기술), 태양광·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조합해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일부를 자체 생산하는 구조다. 정부가 민간에 적용하는 이번 기준은 ZEB 5등급 인증 그 자체는 아니지만, 이에 준하는 자립률(13~17%)을 의무화한 것이다. 건설사들도 흐름을 따르려 하지만, 공사비 상승 부담은 여전하다. 고단열 창호,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ESS), 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산업 2025.05.19

삼성전자는 10년 전, 왜 노트북 사업을 포기했을까?

2014년, 삼성전자는 조용히 노트북 시장에서 발을 뺐다.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노트북 판매를 중단했고, 이후 글로벌 제품 출시도 자취를 감췄다. 당시 삼성의 판단은 명확했다. ‘PC 시대는 끝났고, 태블릿이 대세다’는 흐름을 읽은 것이다. 태블릿 시장은 당시 급격히 팽창하고 있었고, 모바일 중심 생태계는 IT 업계의 미래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삼성의 전략은 명백한 오판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블릿은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오히려 노트북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재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업무와 교육, 콘텐츠 소비가 모두 노트북으로 수렴되면서 수요가 다시 활기를 띠었다. 애플은 M1 칩을 앞세워 맥북을 재정의했고, HP·레노버·델은 글로벌 시장을 확고히 장악했다. 삼성전자는..

산업 2025.05.16

삼성전자 플랙트 인수...성장동력? 반도체 피로감?

삼성전자가 독일의 유럽 최대 공조기업 플랙트(FläktGroup)를 2조3천억 원에 인수했다. 데이터센터와 산업시설용 중앙공조 전문 기업인 플랙트는 냉난방공조(HVAC) 분야에서 100년 넘는 업력을 가진 글로벌 강자다. 삼성은 이번 인수를 통해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반도체와 휴대폰을 양 날개로 삼아 달려온 삼성전자가 갑자기 ‘에어컨 회사’를 인수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반 소비자의 눈에는 다소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다.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이번 인수는 반도체와 모바일이라는 기존 수익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미래 산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다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이다. 데이터센터, 병원, 공항, 박물관 등은 AI·자율주행·로봇 등 신기술 확산과 함께 냉각 안정성이 핵심..

산업 2025.05.14

코를 찌르는 맛의 문화…세계의 악취 발효음식 4選

입에 넣기도 전에 코를 먼저 공격하는 음식이 있다.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 일본의 후나즈시, 이탈리아의 카수 마르주, 라오스의 빠댁. 한국의 홍어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악취가 강하고,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대표적인 발효음식들이다. 자국민조차 호불호가 갈리는 이 ‘악취의 발효음식’을 사람들은 왜 고안했고, 여전히 즐기고 있을까. 발효는 생존의 기술이었다. 냉장고도 진공포장도 없던 시절, 고기나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금, 쌀, 공기, 미생물이 동원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썩지 않게 하는 방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익히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발효는 저장을 넘어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냈고, 지역 고유의 미각과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일본 시가현의 전통 음식인 후나즈시(ふなず..

인문학 2025.05.12

보이지 않는 힘, 로봇 관절이 산업을 움직인다

로봇이 걷고, 팔을 뻗고, 병원에서 수술까지 하는 시대다. 인공지능이 똑똑해졌다고들 말하지만, 그 똑똑한 머리를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로봇 관절’이다. 로봇을 구성하는 두 축이 있다면 하나는 뇌, 다른 하나는 관절이다. 뇌는 인공지능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인간의 인지 능력을 이미 능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 지능이 실제 세계에서 사람처럼 작동하려면 반드시 정교한 운동 관절이 필요하다. AI가 뇌를 만들었다면, 관절은 몸을 현실화하는 열쇠다. 이 때문에 로봇 관절 산업은 로봇 진화의 핵심 기술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사람이 어깨를 돌리고 팔꿈치를 접을 수 있듯, 로봇도 부드럽게 움직이려면 여러 개의 관절이 필요하다. 최근 주목받는 ‘다관절 로봇’은 이러한 유연한 움직임을..

산업 2025.05.12

사우디, 석유 증산으로 美와 경제 판짜기 돌입

국제 유가가 다시 요동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OPEC+가 3개월 연속 석유 증산을 선언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6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는 불과 넉 달 전보다 25%나 낮은 수준이다. 시장은 놀랐고, 석유 수출국들도 당황하고 있다. 감산 기조를 고수해 오던 사우디가 왜 갑자기 방향을 틀었을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무임승차자에 대한 응징’이다. 지난 3년 동안 OPEC+ 회원국들은 최대 600만 배럴의 감산을 단행했지만, 이라크와 카자흐스탄 등 일부 국가는 이를 무시하고 할당량을 초과 생산해 왔다. 사우디는 자국의 감산 몫이 무려 200만 배럴에 이른다는 점에서, 내부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증산이라는 초강수를 꺼낸 것이다. 다음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정치적 의도’다. 트럼프 대..

경제 2025.05.10

콘클라베, 이성의 시대 속 신비의 욕망

지금 로마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진행 중이다. 수많은 인파가 성베드로 광장을 메우고, 연기의 색깔 하나에 세계의 시선이 쏠린다. 콘클라베는 단지 종교 의식이 아니다. 중세의 전통이 21세기에도 살아 숨 쉬는,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자 선출 절차’ 중 하나다. ‘콘클라베’라는 말은 라틴어 cum clave, 즉 ‘열쇠로 잠그다’에서 유래했다. 말 그대로 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추기경들만의 공간에서 투표가 이루어진다.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를 대표해 약 120명의 추기경들이 교황을 선출하며, 이들 중 80세 이상은 투표권이 없다. 이들은 모든 통신 수단을 반납한 뒤 시스티나 성당에 머물며 하루 네 차례 투표를 반복한다. 흰 연기가 피어오르..

인문학 2025.05.08

인도-파키스탄 분쟁, 영국이 만든 또다른 비극

4월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의 파할감(Pahalgam)에서 힌두교 순례객 26명이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숨졌다. 인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파키스탄과 그 실효지배 지역 내 9개 지역에 공습을 감행했다. 파키스탄도 맞보복에 나서면서 카슈미르 지역은 또 다시 유혈사태를 맞았다. 이번 사태는 테러 대응을 둘러싼 충돌이지만, 뿌리는 7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7년, 영국은 인도를 떠나며 힌두교 중심의 인도와 이슬람 중심의 파키스탄을 분리 독립시켰다. 그러나 카슈미르 문제는 미해결 상태로 남겼다. 이슬람 인구가 다수였던 카슈미르는 당시 힌두교도였던 군주 하리 싱의 결정에 따라 인도에 병합되었다.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했다. 파키스탄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듬해 전면전이 벌어졌다. 유엔이 개입해 휴전..

역사 20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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