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귀로 소리만 듣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듣는 것뿐 아니라 공간도 해석한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귓바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조각한 듯한 굴곡이 이어진다. 가장 바깥을 따라 도는 곡선이 ‘이륜(helix)’이고, 귓구멍 앞에는 ‘이주(tragus)’라는 작은 돌기가 있다. 이륜의 안쪽으로는 두 줄기처럼 갈라지는 ‘대이륜(antihelix)’이 있는데, 특히 위아래 방향의 소리를 구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귓바퀴는 고주파를 반사시키는 하나의 음향 렌즈처럼 작동한다. 굴곡마다 반사되는 각도와 주파수가 다르다. 뇌는 이 차이를 통해 소리의 방향과 높이를 해석할 수 있는 단서를 얻는다. 덕분에 우리는 눈을 감고도 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알 수 있다. 옆에서 나는 소리는 양쪽 귀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