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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창고에 불나면 오히려 반기는 아이러니

한국에서 남아도는 쌀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정책결정자 외에는 많지 않다. 피부로 와 닿는 일이 아닌 데다 농민들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동정론이 섞이면서 문제가 방치되고 있다. 쌀 소비량은 줄어드는데 생산량은 그대로고, 정부는 이를 매입해 창고에 보관한다. 보관 비용은 매년 수백억 원씩 증가하고, 결국 일부는 폐기된다. 2023년 5월, 전북 김제의 정부양곡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300t의 쌀이 전소됐다. 정부는 이를 전량 폐기했지만, 이를 두고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겉으로는 "아깝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누구의 책임도 아닌 자연스러운 손실로 반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과잉 생산된 쌀을 북한으로 보냈다. 하지만 북한으로 보내진 쌀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

경제 2025.03.19

가족 식사 속에 숨겨진 의외의 면역효과

요즘은 개인위생이 강조되면서 가족끼리도 국자를 따로 사용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침이 묻은 숟가락을 그대로 찌개에 넣어 퍼먹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현대적인 관점에서는 비위생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밥상 문화가 의도치 않게, 가족 면역력 형성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흥미롭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았고, 감기 등 전염병을 예방할 백신이나 치료제도 부족했다. 이런 환경에서 가족 중 누군가 아프면 온 가족이 함께 병을 이겨내야 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침이 공유되는 국물 문화가 가족 내 면역력 형성에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가족 중 한 명이 감기에 걸려 회복하는 과정에서 같은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 나머지 가족들도 면역 반응을 형성할 ..

인문학 2025.03.19

바다 위 선박도 유지 보수하는 3D프린팅

바다 위를 떠다니는 선박은 거대한 공장과 같다. 수천 개의 부품이 맞물려 움직이고, 작은 고장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에서 필요한 부품을 바로 조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할 기술이 등장했다. 바로 3D 프린팅이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이 국내 최초로 운항 중인 선박에서 직접 부품을 제작하는 3D 프린팅 실증에 성공했다. 이제 선박은 항구에 들르지 않아도 필요한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했다. 기존 방식은 번거롭다. 선박은 항해 전에 각종 예비 부품을 싣고 출항해야 했다. 그러나 어떤 부품이 고장 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부품을 싣는 것은 불가능했다. 부품이 부족하면 결국 항구로 돌아와야 하고, 이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 손실로 이어졌다. 3..

산업 2025.03.18

디저트의 탄생, 과식을 막기 위한 인간의 지혜

디저트는 단순한 사치가 아니다. 과식으로 인한 식곤증과 불쾌감을 줄이며, 포만감을 늦게 느껴 과식을 반복하는 식습관을 조절하기 위해 탄생했다. 생존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음식을 섭취하던 인류는 결국 ‘적당히 먹고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디저트는 귀족의 식탁에서 먼저 자리 잡았다. 고대 로마에서는 연회 후 꿀을 곁들인 과일을 먹었고, 프랑스 왕실에서는 정교한 디저트가 궁중 문화로 정착했다. 특히 루이 14세 시대에는 설탕이 부의 상징이었으며, 화려한 디저트가 권력과 지위를 나타내는 도구로 활용됐다. 설탕은 한때 금보다 비쌌으며, 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부유층뿐이었다. 유럽의 왕실과 귀족들은 단순히 맛을 즐기는 것을 넘어, 화려한 디저트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자신의 부를 과시했다. 하지만..

인문학 2025.03.18

폐하, 전하, 각하, 안하, 귀하... 한국 존칭어의 유래

한국어의 존칭어는 역사적으로 신분과 지위에 따라 엄격하게 구분되었다. 오늘날에는 일부 표현만 남아 있지만, 과거에는 존칭어 자체가 상대방의 사회적 위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존칭어들은 단순한 높임말이 아니라, 상대방을 어디서 바라보는지를 의미하는 공간적 개념과도 연결되어 있다. 즉, 계단 아래에서 황제를 올려다보는지, 궁전 전각 아래에서 왕을 바라보는지, 혹은 책상 아래에서 학자를 우러러보는지에 따라 호칭이 달라졌다. 우선, ‘폐하’는 황제에게만 사용된 최고의 존칭어다. 여기서 ‘폐(陛)’는 궁전의 계단을 의미하는데, 이는 신하가 황제가 앉아 있는 높은 단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계단 아래에서 황제를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존재였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폐하’라는 표현은 단순한 ..

인문학 2025.03.17

특허보다는 오픈소스, AI 시대 '뉴노멀’

기술 경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 기업들은 특허를 통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며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오픈소스 전략이 더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기술을 개방해 연구자와 기업들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시장의 흐름이 되고 있다. 오픈소스 개념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처음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1991년 리누스 토르발스가 개발한 리눅스 운영체제는 대표적인 오픈소스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후 아파치, 레드햇(Red Hat) 등이 등장하면서 오픈소스 철학이 확산되었다. 이들은 폐쇄적인 라이선스 정책 대신 개방과 협력을 통한 발전을 선택하며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테슬라는 2014년 전기차 특허를 개방하며 기존 자동차 산업의..

산업 2025.03.17

경북 봉화에 베트남 왕족 집성촌이 있다

베트남 리 왕조의 마지막 왕자 이용상(李龍祥)은 13세기 초 왕조 교체의 혼란 속에서 고려로 망명했다. 당시 베트남에서는 리 왕조 후손들에 대한 숙청이 벌어지고 있었고, 이용상 일행은 이를 피해 동아시아 바다를 떠돌다 풍랑에 휩쓸려 고려 황해도 해주 화산 지역에 표류했다. 처음 고려 주민들은 이들을 왜구로 오인했다. 당시 해안 지역은 왜구 출몰이 잦았고, 낯선 외국인은 경계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용상과 그의 무사들이 해적을 격퇴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이들의 뛰어난 무예와 전략이 주목받자 고려 조정에 보고되었고, 고종은 이용상에게 화산군(花山君)의 작위를 내리고 정착을 지원했다. 이후 그의 후손들은 고려 조정에서 '화산 이씨' 성을 하사받고, 일부는 안동부사 작위를 받아 안동 지역으로 내려갔다. 이후 경북..

역사 2025.03.16

중국 3대 기행문, 그중 하나는 조선인이 썼다

중국인들이 선정한 3대 기행문이 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조선의 최부가 남긴 『표해록』, 일본 승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다. 『동방견문록』은 유럽에 중국을 알린 대표적인 기행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두 번째로 꼽히는 기행문이 조선인이 남긴 기록이라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최부(崔溥, 1454~1504)는 조선의 학자이자 관료로, 1488년 부친상을 당하고 제주에서 전라도로 돌아가던 중 풍랑을 만나 표류했다. 그는 중국 절강성(현 항저우 부근)에 도착했으나, 처음에는 왜구로 오인되어 감옥에 갇혔다. 이후 조선의 관료임이 밝혀져 명나라 조정에 보고된 후 북경으로 압송되었으며, 황제를 알현하는 기회를 얻었다. 당시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최부 일행은 운하를..

역사 2025.03.16

태풍이 지나간 후, 지구는 더 건강해진다

태풍이 몰려오면 사람들은 긴장한다. 강한 바람과 폭우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고, 매년 수십 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접근하면서 자연재해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뉴스에서는 태풍의 경로를 추적하며 침수 피해, 강풍 피해 등을 보도한다. 많은 이들은 태풍이 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태풍은 지구의 기후와 환경을 유지하는 데 파수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온대 지역에서는 연간 강수량의 70% 이상이 태풍을 통해 공급된다. 태풍이 없다면 이 지역들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릴 것이고, 사막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태풍이 거의 없는 사하라 사막과 아라비아 반도는 건조한 기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태풍이 자주 지나가는 동아시아 지역과 동남아시아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태풍은 단순히..

인문학 2025.03.15

인류사의 또 다른 비극 '히틀러의 아이들’

독일 나치는 유대인 학살로 악명이 높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공격하기 위해 그들이 인종적으로 열등하다는 논리를 내세웠고, 이를 학살의 명분으로 삼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 아리아인 혈통이 우수하며, 이를 더욱 확장해야 한다는 논리를 발전시켰다. 이러한 논리 속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레벤스보른(Lebensborn) 프로젝트'였다. 1935년, 나치는 순수 아리아인의 혈통을 보호하고 확장하겠다는 목표 아래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친위대(SS) 대원들과 아리아인 여성들 간의 출산을 강요해, 태어난 아이들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인리히 히믈러의 주도로 시행된 이 계획은 단순한 출산 장려 정책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인종 개량을 주도하며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비극적인 시도였다. 아리..

인문학 2025.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