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경북 봉화에 베트남 왕족 집성촌이 있다

news1657 2025. 3.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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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미지 사진 36

 

베트남 리 왕조의 마지막 왕자 이용상(李龍祥)13세기 초 왕조 교체의 혼란 속에서 고려로 망명했다. 당시 베트남에서는 리 왕조 후손들에 대한 숙청이 벌어지고 있었고, 이용상 일행은 이를 피해 동아시아 바다를 떠돌다 풍랑에 휩쓸려 고려 황해도 해주 화산 지역에 표류했다.

 

처음 고려 주민들은 이들을 왜구로 오인했다. 당시 해안 지역은 왜구 출몰이 잦았고, 낯선 외국인은 경계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용상과 그의 무사들이 해적을 격퇴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이들의 뛰어난 무예와 전략이 주목받자 고려 조정에 보고되었고, 고종은 이용상에게 화산군(花山君)의 작위를 내리고 정착을 지원했다.

 

이후 그의 후손들은 고려 조정에서 '화산 이씨' 성을 하사받고, 일부는 안동부사 작위를 받아 안동 지역으로 내려갔다. 이후 경북 안동, 봉화, 예천 등지에서 정착하며 집성촌을 이루었다. 일부 후손들은 조선 시대에 관직을 역임하며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용상의 이야기는 점차 역사 속으로 묻혔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일화도 전해진다. 고려 정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밤중에 왜구가 마을을 습격했다. 고려인들은 혼란에 빠졌지만, 이용상과 그의 무사들은 즉시 무장해 기습 전략을 펼쳤다. 왜구는 큰 피해를 입고 달아났고, 이 사건을 계기로 고려인들은 이용상 일행을 신뢰하며 지역 방어를 맡겼다.

 

20세기 들어 이 역사는 다시 조명됐다. 베트남 정부는 과거 왕족 후손을 찾기 시작했고, 안동과 봉화 지역에서 화산 이씨 가문의 존재가 확인됐다. 2005년 후손들이 베트남을 방문해 조상의 땅을 찾았고, 베트남 정부의 환대를 받았다. 이후 주한 베트남 대사가 봉화를 찾아 유적을 확인하고 정부에 공식 보고했다. 2018년에는 베트남 대표단이 다시 안동과 봉화를 방문하며 양국 간 유대가 더욱 강화됐다.

 

현재 봉화와 안동에서는 매년 베트남 관련 문화 행사가 열리며, 전통 의식과 유적 답사가 진행되고 있다. 봉화군은 베트남 후손들과 함께 이용상 기념비 건립을 검토 중이다. 한국 내 베트남 유학생들이 조상의 뿌리를 찾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이런 문화 교류는 한-베 정서적 유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베트남 후손들은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에서도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최근 봉화군과 베트남 뜨선시가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를 확대하며 경제 협력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 역시 이 역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교류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몇 년 전, 베트남 출신의 한 기업인이 자신이 화산 이씨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고 봉화를 찾았다. 그는 조상의 흔적을 확인하며 감동했다고 한다.

 

오늘날 화산 이씨 후손들은 한-베 관계를 잇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용상의 고려 망명 800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후손들은 한-베 협력을 상징하는 존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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