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 관세, 중국 조선 봉쇄…한국에 순풍

news1657 2025. 4. 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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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조선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실적을 냈다. 한 달간 전 세계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한국이 수주했다. 단기 성과로 치부하긴 어렵다. 미국이 열고, 중국이 비운 자리를 한국이 채운 지정학적 재편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3월 세계 조선 발주량은 670CGT였다. 이 가운데 369CGT를 한국 조선업계가 수주하며 점유율 55%를 기록했다. HD한국조선해양 21, 삼성중공업 12, 한화오션 11척이 포함됐다. 특히 다수의 선박이 미국 선주사 발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의 조선 수주 점유율은 그동안 5%를 넘지 못했다. 이번 변화는 일시적 실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 신호로 읽힌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직후 관세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3월 말 해방의 날연설에서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최대 60% 보복관세를 예고했다. 조선업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해양·방산 분야가 연계 산업에 해당하는 만큼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중국 조선소 다수는 미국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고율 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미국향 수출은 사실상 봉쇄된다. 고부가 선박 조달을 자국 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미국 입장에선, 결국 기술력과 신뢰를 갖춘 동맹국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한국이 그 최적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눈여겨볼 점은 한국 조선업계의 대응 방식이다. 단순한 수출 중심 전략이 아니다. 미국 시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HD현대는 미국 방산 조선소와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 삼성중공업은 고부가 LNG 운반선과 해양플랜트 중심으로 미국 수요처와의 연계를 강화 중이다. 업계는 이를 관세 회피가 아닌 제도 안으로 들어가는 전략이라 본다. 조선업이 이제 지정학 산업이 됐다는 말이다.

 

산업 흐름도 바뀌고 있다.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조선업도 기술력과 공급망, 정치적 신뢰를 묶는 블록 속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가격 경쟁력이 아닌 파트너십과 위치, 동맹 구조가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 조선업이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되는 흐름이다.

 

국제 경쟁 구도도 달라졌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은 갖췄지만 미국에서 퇴출됐고, 일본은 기술력은 있으나 인력과 조선소 규모에서 정체 중이다. 한국은 중가 정책 위에 기술력과 동맹 신뢰를 얹었다. 지정학의 중심에서 기술과 전략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나라가 됐다.

 

3월의 성과는 단순한 수치 기록이 아니다. 산업이 외교와 통상, 안보의 영향을 받는 시대에 한국 조선업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을 전략화할 수 있는가다. 일시적 실적이 아니라, 구조적 포지셔닝으로 확장해야 한다.

 

방산, 에너지,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미국·유럽의 공급망 중심으로 자리 잡기 위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 조선업의 경쟁력은 선박 기술에만 있지 않다. 동맹의 신뢰,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국제 무역 질서에 맞춘 정치적 해석력까지 요구된다.

 

산업이 바뀌고 있다. 시장 논리를 넘어, 외교와 안보의 지형 위에서 경쟁력이 결정된다. K조선은 지금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이번 순풍을 항로로 만들 수 있는가. 그 대답은 앞으로의 1, 전략의 깊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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