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재용이 발길을 돌렸다…삼성의 새로운 판 짜기

news1657 2025. 4. 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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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했다. 중국에선 시진핑 주석이 직접 이 회장을 접견했고, 일본에서는 소재·장비 기업들과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 미국과의 기술 동맹에 주력해온 삼성의 기존 외교 전략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된다. 이번 행보는 단순한 현장 경영 복귀가 아니라, 위기 인식과 전략 전환이 맞물린 결과로 읽힌다.

 

삼성은 오랫동안 초격차라는 독주 전략을 고수해왔다.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과 자본, 인재를 집중해 경쟁자를 따돌리는 방식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D램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공격적 투자를 통해 미국과 일본 기업들을 따돌렸고,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주도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기술 질서가 급변하면서, 초격차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AI 반도체와 전장 산업은 복합 생태계를 전제로 한다.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 센서, 고성능 칩, 디스플레이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산업 구조에서, 한 기업이 모든 기술을 독자 개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삼성은 삼성전기, 삼성SDI, 하만 등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했지만, 완성차 업체들과의 파트너십 없이는 본격적인 시장 진입이 어렵다. 샤오미, BYD 등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은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한 포석이다.

 

일본과의 관계 복원도 같은 맥락이다. 2019년 수출 규제로 끊겼던 공급망을 되살리려는 시도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삼성은 니콘, 도쿄일렉트론, 스미토모화학 등과 관계를 복원하고 있고, 일본 내 테스트센터도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기술 독립이 아니라 전략적 생존을 위한 선택적 협력으로 읽힌다.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반도체 보조금을 제공하는 대신, 생산 실적과 기술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은 텍사스와 애리조나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정치·입법 리스크가 상존한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삼성을 전략적 파트너로 받아들이며, 협력에 긍정적이다. 이번 순방은 그런 현실적 판단 아래 나온 실리 중심의 행보다.

 

이번 행보는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 변화도 드러낸다. 과거에는 오너 후계자이미지가 강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외교적 조율까지 해내는 전략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라는 세계 질서 재편 속에서 한국 정부보다 한발 앞선 실리 외교를 실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용 회장의 동아시아 순방은 공급망 복원을 넘어, ‘생태계 중심 경영이라는 새로운 전략 전환의 시발점으로 읽힌다. 삼성은 더 이상 독주를 전제로 움직이지 않는다. 핵심 기술은 내부에서 확보하되, 생산과 응용, 시장 확장 단계에서는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유연한 연합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삼성의 전략은 변하고 있다. 독주 대신 조율, 경쟁 대신 연합을 택했다. 이 변화는 일시적 대응이 아니다. 기술 동맹의 판이 바뀌고 있으며, 삼성은 그 속에서 새로운 생존 생태계를 설계하고 있다. '초격차'는 여전히 유효한 무기지만, 이제는 '생존 연합'이라는 현실적 전략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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