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전체 글 84

대법원장은 탄핵돼도 직무수행이 가능한 이유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탄핵소추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직후의 일이다. 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를 요청했고, 일부 의원은 ‘사법 쿠데타’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정치권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궁금해할 부분이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조 대법원장은 즉시 직무에서 배제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해 파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 이는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정해진 절차다. 헌법 제65조 제2항은 “탄핵소추 의결이 있을 때 그 권한행사는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

역사 2025.05.04

근력 증강 착용형 로봇, 생활 속으로 성큼

서울 구로구청이 환경미화 업무에 ‘근력 증강 착용형 로봇’을 시범 도입했다. 무게는 1.6㎏에 불과하지만, 하체 부담을 덜어주는 보조장치의 효과는 분명하다. 전신이 기계화된 로봇 시대는 아직 멀었지만, 신체 일부에 기계의 힘을 더하는 ‘보조 로봇’ 시장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구로구는 골목과 계단이 많은 지역 특성상, 환경미화원들이 종량제 봉투나 무단 투기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무릎·허리 부상을 겪는 일이 잦다고 판단했다. 특히 75ℓ 종량제 봉투는 7~8㎏에 이르고, 혼합 쓰레기의 경우 10㎏ 이상이 되기도 해 반복 작업 시 근골격계 질환 위험이 높다. 착용형 로봇은 사용자의 하체 움직임을 감지해 보조력을 제공한다. 다리에 밀착된 지지대가 보행 시 무릎을 당겨주고, 체중이 실릴 때 충격을 흡수한다. ..

산업 2025.04.30

유심사태, '재부팅 문자' 피하면 된다

SK텔레콤 유심 서버 해킹 사태가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국민 2500만 명의 통신 정보가 저장된 서버가 해킹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나친 공포가 아니라, 정확한 사실과 냉정한 대응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유심 정보가 해킹당한 것은 분명히 심각한 사안"이라면서도 "공포에 휩쓸리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수 국가의 사이버 보안 정책을 자문해온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다. 그의 분석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최소한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해킹당한 정보는 가입자 고유 식별번호(IMSI)와 전화번호에 국한된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같은 민감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과 개인 방송은 '복제폰=계좌 탈취..

경제 2025.04.29

한반도 바다를 가르는 3개의 전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잠수함 건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산안창호급을 시작으로 3000톤급 이상 대형 잠수함이 잇따라 진수되고 있으며, 국내 방산기업들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해외 수출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한반도 주변 바다를 지키는 일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해역은 지금 세 개의 전선으로 갈라져 있다. 동해, 서해, 남해가 각각 다른 성격의 안보 위협에 노출돼 있으며, 바닷속 힘의 균형이 수면 위 정치보다 더 예민하게 요동치고 있다. 동해는 북한의 SLBM 위협이 집중된 구역이다. 북한은 신형 잠수함을 개발해 수중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능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미국은 핵추진잠수함을 순환 배치하고 있다. 한국 해군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을 전력..

산업 2025.04.29

1000만 관중 시대, 한국 야구장만의 비밀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해는 불과 118경기 만에 200만 관중을 넘어섰다. 단순히 경기가 재미있어서 생긴 일은 아니다. 한국 야구장은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달 초, 대만 웨슬리여자고등학교와 대만 문화고등학교 학생 104명이 단체로 입국했다. 이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놀이공원도, 명동도 아니었다. 치킨과 핫도그를 들고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한 장소, 바로 야구장이었다. K야구장은 더 이상 스포츠 경기만 펼치는 곳이 아니다. 체험, 식도락, 쇼핑이 결합된 한국형 테마파크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야구장의 핵심 변화는 ‘경기를 보는 공간’에서 ‘경험을 즐기는 공간’으로의 전환이다. 경기장에서 팬들은 치킨과 맥주를 즐기고, ..

트렌드 2025.04.27

플라스틱 지고, 합성고무 뜬다 – 석유화학의 명암

석유화학 산업이 전반적인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금호석유화학은 이례적으로 흑자를 기록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는 약 7조 원의 매출과 2,7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국내 주요 화학기업이 적자 행진을 이어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실적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함의가 있다. 금호석화는 석유화학 산업의 주력 제품인 범용 플라스틱 대신, 합성고무라는 특수소재에 집중해왔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누구나 말은 쉽게 하지만, 시장이 호황일 때도 그 방향을 지켜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합성고무는 원유에서 뽑아낸 화학물질을 조합해 만든 인공 고무다. 천연고무보다 내구성과 물성 조절이 뛰어나 자동차, 의료, 산업용 소재로 널리 사용된다...

산업 2025.04.24

정찰위성 4호기 성공…더 촘촘해진 하늘 감시망

대한민국이 군 정찰위성 4기를 갖춘 세계 5번째 국가로 올라섰다. 22일 발사된 정찰위성 4호기가 우주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지상국과의 교신에 성공하면서, 한국의 대북 감시 역량이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4호기에는 정찰위성의 '눈'이라 불리는 SAR(Synthetic Aperture Radar, 합성개구레이더) 센서가 완전 국산 기술로 장착돼 주목된다. 정찰위성은 크게 위성 본체와 탑재체(SAR·EO/IR)로 구성된다. 그동안 SAR 기술은 고난도 기술 집약체로 손꼽혀 왔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가 독점해온 기술로, 한국도 과거 2·3호기 정찰위성에서는 해외 기술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제작했다. 그러나 이번 4호기는 설계부터 신호처리 알고리즘, 고속 영상 전송 링크까지 모두 ..

산업 2025.04.23

일본에 가면 業務スーパー에 들려보자

일본을 찾는 여행자 사이에서 요즘 ‘업소용 슈퍼’라는 곳이 꽤 인기다. 고급 마트도, 관광지 특산품점도 아닌 이곳은, 낯설지만 의외로 유용하고 재미있는 장소로 꼽힌다. 정식 명칭은 業務スーパー(업무수퍼)다. 본래 식당이나 급식업체 등 업소를 대상으로 대량 식자재를 공급하던 유통 채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핵심은 가격이다. 1kg짜리 냉동 닭튀김, 10인분 이상 분량의 카레 블록, 대용량 두부, 1리터짜리 푸딩까지. 모든 품목이 업소 단위로 구성돼 일반 마트보다 훨씬 저렴하다. 포장은 투박하고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그만큼 포장비와 유통 마진을 줄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장은 대체로 창고형 분위기다. 매대는 군더더기 없이 기능적이고, 진열 방식도..

경제 2025.04.22

일본 쌀값 급등, 다단계 유통구조가 숨어있다

쌀 자급률이 100%에 가까운 일본이 최근 한국산 쌀을 수입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일본 내 쌀값이 치솟으며, 전남 해남산 ‘땅끝 햇살’ 브랜드 쌀 2t이 도쿄에 들어갔다. 소비자 판매용 한국 쌀이 일본에 수출된 것은 1990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이다. 농협은 현지 반응이 좋아 10t 추가 수출도 준비 중이다. 한일 양국 모두 자포니카 계열의 찰기 있는 쌀을 주식으로 삼으며, 쌀 자급률은 거의 100%에 이른다. 과잉공급을 걱정하던 나라가 쌀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현실은 다소 의외다. 기후변화, 관광객 급증, 곡물 전환 정책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바로 유통 구조다. 일본의 쌀 유통은 민간 경매 중심의 다단계 구조다. 농가에서 도정업체를 거쳐 민간 경매시장에..

경제 2025.04.21

인간은 이성보다 직관으로 도덕을 판단한다

사람들은 왜 서로 다투는가. 왜 같은 사건을 두고, 어떤 이는 분노하고 어떤 이는 박수를 보내는가. 뉴욕대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이 질문에 도덕심리학이라는 렌즈로 접근했다. 그의 결론은 분명하다. "인간은 이성보다 먼저 직관으로 도덕을 판단한다." 하이트 교수는 13만 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도덕을 평가할 때 여섯 가지 기반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그것은 배려, 공정, 충성, 권위, 고귀함, 자유이다. 이 가운데 진보 성향 사람들은 ‘배려’, ‘공정’, ‘자유’ 세 가지에 집중한다. 고통받는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 불공정을 참지 못하는 감정, 권력에 의해 억눌리지 않으려는 태도가 중심이다. 반면 보수는 여섯 가지 기반 모두를 고르게 반응한다. 약자를 보호하는 배려나 공정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

인문학 2025.04.2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