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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중 시대, 한국 야구장만의 비밀

news1657 2025. 4. 2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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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미지 사진 80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해는 불과 118경기 만에 200만 관중을 넘어섰다. 단순히 경기가 재미있어서 생긴 일은 아니다. 한국 야구장은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달 초, 대만 웨슬리여자고등학교와 대만 문화고등학교 학생 104명이 단체로 입국했다. 이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놀이공원도, 명동도 아니었다. 치킨과 핫도그를 들고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한 장소, 바로 야구장이었다. K야구장은 더 이상 스포츠 경기만 펼치는 곳이 아니다. 체험, 식도락, 쇼핑이 결합된 한국형 테마파크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야구장의 핵심 변화는 경기를 보는 공간에서 경험을 즐기는 공간으로의 전환이다. 경기장에서 팬들은 치킨과 맥주를 즐기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승패와 무관하게 함께 놀고 즐기는것이 하나의 목표가 됐다. 잠실야구장 인근 새마을시장에서 경기 시작 전 북적이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다. 깻잎닭강정, 새우만두, 야구장 세트처럼 경기 전 먹거리 준비는 필수 코스다.

 

먹거리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변했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의 납작만두,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의 가락국수, 수원 KT위즈파크의 통닭까지. 각 지역 구단은 고유의 음식 문화를 구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팬들은 어디 구장 가면 뭘 먹어야 한다는 별도의 먹거리 지도를 만든다. 조금 식은 음식도, 경기장의 열기 속에서는 꿀맛이다. 지난해 NHK 중계진이 서울 고척돔에서 크림새우를 먹으며 생중계를 이어간 모습은 이런 문화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먹거리 구매 방식도 혁신이 이뤄졌다. 인천 SSG랜더스필드와 잠실야구장은 지난달부터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도입했다. 팬들은 경기장 안에서 줄을 서지 않고, 앱으로 주문해 픽업존에서 받아 간다. 경기 관람을 방해받지 않고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응원 문화 역시 공연수준으로 진화했다. 단순한 박수나 구호를 넘어, 치어리더와 팬들이 함께 만드는 거대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선수별 고유 응원가, 단체 떼창은 기본이다. 특히 KIA 타이거즈 치어리더가 선보인 삐끼삐끼 춤SNS를 타고 대만, 일본으로 퍼졌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야구장은 록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고 표현했다.

 

굿즈 마케팅도 팬심을 적극적으로 자극했다. 유니폼, 선수 카드, 크보빵 띠부씰 등 다양한 상품이 팬들의 지갑을 열었다. SPC삼립, 웅진식품 등 식품업계까지 협업에 뛰어들었다. 팬들은 단순히 경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소장하고 싶은 경험을 소비하고 있다. 팬덤 경제가 야구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이제 스포츠 경기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기력만으로 관객을 끌어모으던 시대는 지났다. 경기를 보고, 먹고, 응원하고, 쇼핑하는 경험의 총합이 관중을 움직인다.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 야구장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프로야구가 만든 1000만 관중 시대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한국 야구장은 문화적 매력을 입힌 스포츠로서 세계를 향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경험이 가장 세계적인 상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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