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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10년 전, 왜 노트북 사업을 포기했을까?

2014년, 삼성전자는 조용히 노트북 시장에서 발을 뺐다.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노트북 판매를 중단했고, 이후 글로벌 제품 출시도 자취를 감췄다. 당시 삼성의 판단은 명확했다. ‘PC 시대는 끝났고, 태블릿이 대세다’는 흐름을 읽은 것이다. 태블릿 시장은 당시 급격히 팽창하고 있었고, 모바일 중심 생태계는 IT 업계의 미래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삼성의 전략은 명백한 오판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블릿은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오히려 노트북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재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업무와 교육, 콘텐츠 소비가 모두 노트북으로 수렴되면서 수요가 다시 활기를 띠었다. 애플은 M1 칩을 앞세워 맥북을 재정의했고, HP·레노버·델은 글로벌 시장을 확고히 장악했다. 삼성전자는..

산업 2025.05.16

삼성전자 플랙트 인수...성장동력? 반도체 피로감?

삼성전자가 독일의 유럽 최대 공조기업 플랙트(FläktGroup)를 2조3천억 원에 인수했다. 데이터센터와 산업시설용 중앙공조 전문 기업인 플랙트는 냉난방공조(HVAC) 분야에서 100년 넘는 업력을 가진 글로벌 강자다. 삼성은 이번 인수를 통해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반도체와 휴대폰을 양 날개로 삼아 달려온 삼성전자가 갑자기 ‘에어컨 회사’를 인수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반 소비자의 눈에는 다소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다.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이번 인수는 반도체와 모바일이라는 기존 수익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미래 산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다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이다. 데이터센터, 병원, 공항, 박물관 등은 AI·자율주행·로봇 등 신기술 확산과 함께 냉각 안정성이 핵심..

산업 2025.05.14

코를 찌르는 맛의 문화…세계의 악취 발효음식 4選

입에 넣기도 전에 코를 먼저 공격하는 음식이 있다.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 일본의 후나즈시, 이탈리아의 카수 마르주, 라오스의 빠댁. 한국의 홍어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악취가 강하고,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대표적인 발효음식들이다. 자국민조차 호불호가 갈리는 이 ‘악취의 발효음식’을 사람들은 왜 고안했고, 여전히 즐기고 있을까. 발효는 생존의 기술이었다. 냉장고도 진공포장도 없던 시절, 고기나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금, 쌀, 공기, 미생물이 동원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썩지 않게 하는 방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익히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발효는 저장을 넘어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냈고, 지역 고유의 미각과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일본 시가현의 전통 음식인 후나즈시(ふなず..

인문학 2025.05.12

보이지 않는 힘, 로봇 관절이 산업을 움직인다

로봇이 걷고, 팔을 뻗고, 병원에서 수술까지 하는 시대다. 인공지능이 똑똑해졌다고들 말하지만, 그 똑똑한 머리를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로봇 관절’이다. 로봇을 구성하는 두 축이 있다면 하나는 뇌, 다른 하나는 관절이다. 뇌는 인공지능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인간의 인지 능력을 이미 능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 지능이 실제 세계에서 사람처럼 작동하려면 반드시 정교한 운동 관절이 필요하다. AI가 뇌를 만들었다면, 관절은 몸을 현실화하는 열쇠다. 이 때문에 로봇 관절 산업은 로봇 진화의 핵심 기술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사람이 어깨를 돌리고 팔꿈치를 접을 수 있듯, 로봇도 부드럽게 움직이려면 여러 개의 관절이 필요하다. 최근 주목받는 ‘다관절 로봇’은 이러한 유연한 움직임을..

산업 2025.05.12

사우디, 석유 증산으로 美와 경제 판짜기 돌입

국제 유가가 다시 요동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OPEC+가 3개월 연속 석유 증산을 선언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6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는 불과 넉 달 전보다 25%나 낮은 수준이다. 시장은 놀랐고, 석유 수출국들도 당황하고 있다. 감산 기조를 고수해 오던 사우디가 왜 갑자기 방향을 틀었을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무임승차자에 대한 응징’이다. 지난 3년 동안 OPEC+ 회원국들은 최대 600만 배럴의 감산을 단행했지만, 이라크와 카자흐스탄 등 일부 국가는 이를 무시하고 할당량을 초과 생산해 왔다. 사우디는 자국의 감산 몫이 무려 200만 배럴에 이른다는 점에서, 내부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증산이라는 초강수를 꺼낸 것이다. 다음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정치적 의도’다. 트럼프 대..

경제 2025.05.10

콘클라베, 이성의 시대 속 신비의 욕망

지금 로마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진행 중이다. 수많은 인파가 성베드로 광장을 메우고, 연기의 색깔 하나에 세계의 시선이 쏠린다. 콘클라베는 단지 종교 의식이 아니다. 중세의 전통이 21세기에도 살아 숨 쉬는,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자 선출 절차’ 중 하나다. ‘콘클라베’라는 말은 라틴어 cum clave, 즉 ‘열쇠로 잠그다’에서 유래했다. 말 그대로 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추기경들만의 공간에서 투표가 이루어진다.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를 대표해 약 120명의 추기경들이 교황을 선출하며, 이들 중 80세 이상은 투표권이 없다. 이들은 모든 통신 수단을 반납한 뒤 시스티나 성당에 머물며 하루 네 차례 투표를 반복한다. 흰 연기가 피어오르..

인문학 2025.05.08

인도-파키스탄 분쟁, 영국이 만든 또다른 비극

4월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의 파할감(Pahalgam)에서 힌두교 순례객 26명이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숨졌다. 인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파키스탄과 그 실효지배 지역 내 9개 지역에 공습을 감행했다. 파키스탄도 맞보복에 나서면서 카슈미르 지역은 또 다시 유혈사태를 맞았다. 이번 사태는 테러 대응을 둘러싼 충돌이지만, 뿌리는 7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7년, 영국은 인도를 떠나며 힌두교 중심의 인도와 이슬람 중심의 파키스탄을 분리 독립시켰다. 그러나 카슈미르 문제는 미해결 상태로 남겼다. 이슬람 인구가 다수였던 카슈미르는 당시 힌두교도였던 군주 하리 싱의 결정에 따라 인도에 병합되었다.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했다. 파키스탄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듬해 전면전이 벌어졌다. 유엔이 개입해 휴전..

역사 2025.05.08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다시 읽다

한때 대학생들 사이에서 필독서처럼 읽히던 책이 있었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다. 전체주의와 파시즘의 뿌리를 인간 심리에서 찾으려 한 이 책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던 시대의 지성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지 80여 년이 지났고, 한국 사회도 큰 변화를 겪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책장을 넘기면, 오히려 오늘의 대한민국을 꿰뚫어보는 듯한 통찰에 놀라움마저 느껴진다. 프롬은 중세 봉건사회가 인간에게 정체성과 소속감을 제공했다고 본다. 가문, 종교, 신분이라는 틀 안에서 사람들은 비교적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근대의 시작과 산업혁명의 도래는 인간을 제도와 전통의 굴레에서 해방시켰다. 더 자유롭고 더 풍요로워졌지만, 동시에 외로움과 불안도 깊어졌다. 모든 선택과 책임..

인문학 2025.05.06

근력 증강 착용형 로봇, 생활 속으로 성큼

서울 구로구청이 환경미화 업무에 ‘근력 증강 착용형 로봇’을 시범 도입했다. 무게는 1.6㎏에 불과하지만, 하체 부담을 덜어주는 보조장치의 효과는 분명하다. 전신이 기계화된 로봇 시대는 아직 멀었지만, 신체 일부에 기계의 힘을 더하는 ‘보조 로봇’ 시장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구로구는 골목과 계단이 많은 지역 특성상, 환경미화원들이 종량제 봉투나 무단 투기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무릎·허리 부상을 겪는 일이 잦다고 판단했다. 특히 75ℓ 종량제 봉투는 7~8㎏에 이르고, 혼합 쓰레기의 경우 10㎏ 이상이 되기도 해 반복 작업 시 근골격계 질환 위험이 높다. 착용형 로봇은 사용자의 하체 움직임을 감지해 보조력을 제공한다. 다리에 밀착된 지지대가 보행 시 무릎을 당겨주고, 체중이 실릴 때 충격을 흡수한다. ..

산업 2025.04.30

유심사태, '재부팅 문자' 피하면 된다

SK텔레콤 유심 서버 해킹 사태가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국민 2500만 명의 통신 정보가 저장된 서버가 해킹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나친 공포가 아니라, 정확한 사실과 냉정한 대응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유심 정보가 해킹당한 것은 분명히 심각한 사안"이라면서도 "공포에 휩쓸리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수 국가의 사이버 보안 정책을 자문해온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다. 그의 분석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최소한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해킹당한 정보는 가입자 고유 식별번호(IMSI)와 전화번호에 국한된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같은 민감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과 개인 방송은 '복제폰=계좌 탈취..

경제 20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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