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경제 25

스테이블코인, 통상화폐와 가상화폐의 징검다리 될까?

최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뚜렷하게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디지털 자산 제도화가 본격화한 가운데, 가상화폐를 실물경제와 연결하는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암호화폐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과 통상화폐의 낮은 확장성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는 흐름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화폐이다. 대부분 미국 달러나 유로, 금, 국채 등 실물 자산에 1대1로 연동되며, 블록체인 위에서 실시간으로 거래된다. 비트코인의 투기성을 제거하고, 법정통화처럼 안정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고안된 구조인 셈이다.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코인’이 아니다. 통상화폐의 신뢰성과 가상화폐의 기술 유연성을 결합한 새로운 유통 수단으로 평가된다. 특히 정..

경제 2025.06.10

지역화폐와 기본소득, 경제 활성화의 두 얼굴

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약자 지원이라는 목표를 지니며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정책들이 있다. 바로 지역화폐와 기본소득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정책의 효과 역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대안 화폐다. 인천e음, 경기지역화폐, 파주페이, 익산다이로움 등 지자체가 발행하는 전자화폐나 쿠폰 형태가 대표적이다. 사용자는 지정된 지역 상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지역에서 번 돈을 다시 지역에 쓰자’는 개념이다. 성공 사례도 적지 않다. 인천e음은 2018년 시범 도입 후 2019년까지 누적 발행액이 1조 원을 넘겼다. 경기지역화폐도 중소상인 매출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주페이, 익산..

경제 2025.05.29

노쇼(no-show)도 경제가 되나요? 호텔경제학의 착시

최근 한 대선 후보가 유세 중 ‘호텔경제학’ 이야기를 꺼냈다. 한 관광객이 호텔 예약금 10만 원을 맡기고 방을 보러 간다. 호텔 주인은 그 돈으로 외상값을 갚는다. 돈은 식료품점, 치킨집, 신발가게, 빵집을 거쳐 다시 호텔로 돌아온다. 손님은 여행 계획이 바뀌었다며 예약을 취소하고 10만 원을 돌려받는다. 외부에서 들어온 돈은 없지만, 마을 안에서 거래가 여러 번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가 살아났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간단하고 이해도 쉽다. 그래서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게 지역화폐 효과다”, “기본소득도 이 원리로 돌아간다”는 설명은 경제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큰 설득력을 준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더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정말로 그 돈이 마을 경제를 살렸는가? 첫째, 이 이야기에는..

경제 2025.05.28

엠브라에르, 브라질이 만든 세계 3대 항공기 회사의 비밀

브라질이 항공기를 수출한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다. 커피, 콩, 닭고기 같은 농산물만 잘 파는 줄 알았던 나라가 세계 민항기 시장에서 보잉, 에어버스 다음으로 손꼽히는 제조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엠브라에르(Embraer). 지난해 한국 공군이 차기 수송기 사업에서 미국의 록히드마틴을 제치고 엠브라에르의 KC-390을 선택하면서 이 회사는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엠브라에르는 브라질 공군의 기술기관인 항공기술연구소(ITA)와 항공우주기술연구소(DCTA)에서 배출된 인재들을 중심으로 1969년 설립됐다. 미국 MIT를 모델로 만들어진 ITA는 까다로운 입시와 탄탄한 공학 교육으로 유명한 엘리트 기관이다. 여기에 군 연구기관 DCTA가 결합해 고급 항공기술 기반이 ..

경제 2025.05.26

트럼프의 변심? 일본제철, US스틸 인수의 의미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전략 산업으로 간주되는 미국 철강회사 US스틸의 일본제철 인수를 승인한 것이다. 이는 전임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불허했던 사안이다. 트럼프가 입장을 바꾼 배경은 무엇일까. US스틸은 1901년 설립된 미국 철강산업의 상징적 기업이다. 한때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고,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으로 불렸다. 작년 말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철강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일본제철은 미국 내 생산기반을 확보하고 북미 시장에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수를 추진해 왔다. 특히 전기차 확대와 인프라 투자 증가로 강판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

경제 2025.05.24

사우디, 석유 증산으로 美와 경제 판짜기 돌입

국제 유가가 다시 요동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OPEC+가 3개월 연속 석유 증산을 선언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6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는 불과 넉 달 전보다 25%나 낮은 수준이다. 시장은 놀랐고, 석유 수출국들도 당황하고 있다. 감산 기조를 고수해 오던 사우디가 왜 갑자기 방향을 틀었을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무임승차자에 대한 응징’이다. 지난 3년 동안 OPEC+ 회원국들은 최대 600만 배럴의 감산을 단행했지만, 이라크와 카자흐스탄 등 일부 국가는 이를 무시하고 할당량을 초과 생산해 왔다. 사우디는 자국의 감산 몫이 무려 200만 배럴에 이른다는 점에서, 내부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증산이라는 초강수를 꺼낸 것이다. 다음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정치적 의도’다. 트럼프 대..

경제 2025.05.10

유심사태, '재부팅 문자' 피하면 된다

SK텔레콤 유심 서버 해킹 사태가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국민 2500만 명의 통신 정보가 저장된 서버가 해킹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나친 공포가 아니라, 정확한 사실과 냉정한 대응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유심 정보가 해킹당한 것은 분명히 심각한 사안"이라면서도 "공포에 휩쓸리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수 국가의 사이버 보안 정책을 자문해온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다. 그의 분석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최소한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해킹당한 정보는 가입자 고유 식별번호(IMSI)와 전화번호에 국한된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같은 민감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과 개인 방송은 '복제폰=계좌 탈취..

경제 2025.04.29

일본에 가면 業務スーパー에 들려보자

일본을 찾는 여행자 사이에서 요즘 ‘업소용 슈퍼’라는 곳이 꽤 인기다. 고급 마트도, 관광지 특산품점도 아닌 이곳은, 낯설지만 의외로 유용하고 재미있는 장소로 꼽힌다. 정식 명칭은 業務スーパー(업무수퍼)다. 본래 식당이나 급식업체 등 업소를 대상으로 대량 식자재를 공급하던 유통 채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핵심은 가격이다. 1kg짜리 냉동 닭튀김, 10인분 이상 분량의 카레 블록, 대용량 두부, 1리터짜리 푸딩까지. 모든 품목이 업소 단위로 구성돼 일반 마트보다 훨씬 저렴하다. 포장은 투박하고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그만큼 포장비와 유통 마진을 줄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장은 대체로 창고형 분위기다. 매대는 군더더기 없이 기능적이고, 진열 방식도..

경제 2025.04.22

일본 쌀값 급등, 다단계 유통구조가 숨어있다

쌀 자급률이 100%에 가까운 일본이 최근 한국산 쌀을 수입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일본 내 쌀값이 치솟으며, 전남 해남산 ‘땅끝 햇살’ 브랜드 쌀 2t이 도쿄에 들어갔다. 소비자 판매용 한국 쌀이 일본에 수출된 것은 1990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이다. 농협은 현지 반응이 좋아 10t 추가 수출도 준비 중이다. 한일 양국 모두 자포니카 계열의 찰기 있는 쌀을 주식으로 삼으며, 쌀 자급률은 거의 100%에 이른다. 과잉공급을 걱정하던 나라가 쌀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현실은 다소 의외다. 기후변화, 관광객 급증, 곡물 전환 정책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바로 유통 구조다. 일본의 쌀 유통은 민간 경매 중심의 다단계 구조다. 농가에서 도정업체를 거쳐 민간 경매시장에..

경제 2025.04.21

미국이 세계 금융시장을 흔든 6대 사건

세계 금융의 중심은 늘 미국이었다. 달러를 쥔 나라의 결정은 곧 세계 시장의 운명을 갈랐다. 특히 지난 80여 년 동안 미국은 주요 고비마다 금융질서를 새로 짜거나 기존 질서를 뒤흔들어왔다. 이른바 ‘글로벌 머니게임’의 규칙은 대개 위기 이후 미국에 의해 다시 쓰였다. 아래 여섯 사건은 그 대표적인 장면들이다. 첫 번째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수립(1944)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 미국은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금본위 국제통화체제를 만들었다.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하고, 각국 통화는 달러에 연동시키는 방식이었다. 미국은 금을 담보로 달러를 찍고, 전 세계는 이를 외환보유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달러는 금을 대신하는 세계의 기축통화가 됐다. 브레튼우즈는 달러 패권의 출발점이었다. 두 번째 사건은 닉슨 쇼크..

경제 2025.04.1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