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료 중 하나인 커피는 특정한 기후 조건에서만 자랄 수 있다. 바로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 위도 25도 사이에 위치한 '커피벨트(Coffee Belt)'다. 이 지역은 고온다습한 기후와 적절한 강수량, 비옥한 토양을 갖추고 있어 커피 재배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유럽에서 커피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7세기 초반이었다. 오스만제국은 커피 종자의 유출을 막기 위해 철저한 통제를 가했지만, 결국 네덜란드는 17세기 말 예멘에서 커피 종자를 반출해 자국으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럽의 기후는 커피 재배에 적합하지 않았다.
네덜란드는 기후 조건이 유사한 식민지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커피 재배를 시도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프랑스는 카리브해와 남미 지역에서 커피 재배를 시도했고, 포르투갈과 스페인 역시 브라질과 필리핀 등지로 커피를 확산시켰다. 커피는 이 지역에서 훌륭하게 성장하며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구상에 커피가 잘 자라는 커피벨트라는 개념이 정립되었다.
커피는 크게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 두 가지 품종으로 나뉜다. 아라비카는 높은 고도에서 자라며, 섬세한 향과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지만 병충해에 취약하다. 반면 로부스타는 비교적 낮은 고도와 덥고 습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며, 병충해에도 강하지만 아라비카에 비해 쓴맛이 강하고 향미가 떨어진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는 서로 다른 기원에서 출발한 품종이다. 아라비카는 에티오피아 고원지대에서 자연적으로 자생하던 종으로, 부드러운 맛과 복합적인 향미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된다. 반면, 로부스타는 서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품종으로, 강한 쓴맛과 높은 카페인 함량을 특징으로 한다.
19세기 후반,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에서 커피 녹병(커피 잎의 병충해)으로 인해 대규모 흉작을 겪었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병충해에 강한 로부스타 품종을 도입했다. 이후 기후 변화와 병충해 저항성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면서, 네덜란드는 지속적으로 커피 품종 개량을 실험해 왔고, 결국 생산성이 높은 로부스타가 주요 대체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고급 커피 전문점에서는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한 커피를 제공하며, 대량 생산이 필요한 캔커피나 인스턴트 커피에는 저렴한 로부스타 원두가 주로 사용된다. 일부 고급 블렌드 커피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를 적절히 혼합하여 풍미와 가격의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 로부스타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 현재 베트남 등지에서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역사, 산업, 기후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작물이 됐다. 특정한 기후에서만 재배되지만, 현대인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 된 만큼, 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함께 음미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