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횡성한우, 횡성산한우, 횡성축협한우

news1657 2025. 3. 2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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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미지 사진 44

 

한우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프리미엄 한우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브랜드는 단연 횡성한우. 횡성한우는 단순한 지역명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된 한우 브랜드로, 출생지와 사육지, 도축지가 모두 강원도 횡성군이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브랜드 가치를 교묘히 이용한 유사 표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횡성산 한우. 언뜻 보면 횡성한우와 같아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법규상 타 지역에서 자란 한우를 횡성에서 잠깐 사육하거나, 심지어 도축만 횡성에서 해도, 횡성산한우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제품은 자를 작은 글씨나 흐릿한 색으로 표기한다. 소비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소비자는 진짜 횡성한우라 믿고 고가에 구매하지만, 실상은 기준도 품질도 다른 고기를 비싼 값에 사게 된다. 안 써도 될 돈을 쓰는 셈이다실제로 최근 한 대형마트에서 횡성산한우를 횡성한우로 오인하고 구입한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했지만, 법적 표시 기준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사례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한우 시장에는 횡성한우 외에도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경북 영주한우’, 경남 고성한우’, 전북 정읍한우등은 각각 지역 특화 사육 방식과 품질 기준을 앞세워 소비자 선택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산 한우등 유사 표기와 혼동될 위험이 있다.

 

지리적 표시제는 특정 지역의 자연환경과 전통 방식으로 생산된 농축수산물에만 해당 지역명을 붙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원래는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처럼 '지역=품질'이라는 신뢰를 보호하려고 도입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시행돼 보성녹차, 완도전복, 제천사과 등과 함께 횡성한우가 가장 먼저 등록됐다.

 

문제는 이 제도가 축산물에서는 허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농산물은 재배지 기준이 분명하지만, 축산물은 사육과 도축 장소가 다를 수 있어 도축지만 해당 지역이면 OK’라는 예외 규정이 작동한다. 이것이 바로 ()’ 한우가 합법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이유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력제나 인증 시스템을 병행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이를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포장지 디자인도 문제다. 고기 무게, 등급, 가격 정보에 묻혀 ()’ 자가 희미하게 적혀 있다. 심지어 어떤 유통업체는 소비자의 눈을 끌기 위해 횡성만 강조하고, ‘산한우는 구석에 배치한다. 의도적 오인 유도다.

 

이런 유사 표기 문제는 생산자에게도 피해를 준다. 고급한우는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출생부터 유통까지 철저한 관리와 심사를 거친다. 개별 농가와 축협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들어낸 신뢰다. 그러나 유사 표기 제품이 시장을 잠식하면, 정직한 생산자들만 손해를 본다혼란을 막기 위해 횡성축협은 최근 횡성축협한우라는 이름을 따로 내세웠다. 소비자 혼동을 줄이고, 정통 횡성한우 기준을 충족한 고기를 직접 유통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또 다른 횡성산한우 정도로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다.

 

브랜드는 생산자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쌓여 브랜드가 되고, 그 브랜드가 다시 생산자를 살린다. 소비자가 지켜야 진짜 한우도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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