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몰려오면 사람들은 긴장한다. 강한 바람과 폭우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고, 매년 수십 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접근하면서 자연재해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뉴스에서는 태풍의 경로를 추적하며 침수 피해, 강풍 피해 등을 보도한다. 많은 이들은 태풍이 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태풍은 지구의 기후와 환경을 유지하는 데 파수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온대 지역에서는 연간 강수량의 70% 이상이 태풍을 통해 공급된다. 태풍이 없다면 이 지역들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릴 것이고, 사막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태풍이 거의 없는 사하라 사막과 아라비아 반도는 건조한 기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태풍이 자주 지나가는 동아시아 지역과 동남아시아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태풍은 단순히 재해를 일으키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에게 필수적인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풍은 또 지구의 ‘대기 청소부’다. 강력한 바람이 대기를 휘저으며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NASA 연구에 따르면 태풍이 지나간 지역에서는 공기 중의 오염물질 농도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에서 발생하는 스모그가 한반도로 유입되는 현상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태풍은 일종의 ‘자연 정화 장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태풍이 지나간 후 공기가 깨끗해지는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체감했을 것이다.
태풍은 해양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산소 공급기’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해류를 일으켜 해수면을 휘저으며 바닷속 깊이 가라앉아 있던 영양염류를 수면으로 끌어올린다. 이를 통해 해양 생물들이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다. 특히, 태풍이 지나간 후 플랑크톤 개체 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관측되었는데, 이는 해양 먹이사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태풍은 적조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적조는 바닷물의 부영양화로 해양 생물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태풍이 바닷물을 강하게 휘저어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이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어민들 사이에서는 태풍이 지나간 후 어획량이 증가하는 경우도 종종 보고되고 있다.
태풍은 지구의 ‘공기 정화기’다. 태풍은 적도에서 축적된 뜨거운 공기를 온대와 극지방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만약 태풍이 없다면 적도 지역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중위도 지역은 더욱 건조해질 것이다. 태풍이 기온 차이를 조정해 주기 때문에 지구의 기후가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는 마치 지구가 태풍을 이용해 스스로 균형을 맞추는 것과 같다. 태풍이 없다면 기온 불균형으로 인해 더욱 강력한 폭염과 혹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태풍을 재해가 아닌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태풍의 강한 바람을 이용한 풍력 발전 연구가 진행 중이며, 해양 산소 공급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태풍의 에너지는 엄청난데,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인류에게 새로운 청정에너지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과학자들은 태풍의 에너지를 포집해 전력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태풍은 인생에서 시련과 고난이 있어야 인간이 더 성숙해지는 것과 같다. 태풍이 없었다면 우리는 자연이 만들어낸 이 균형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태풍은 단순한 파괴자가 아니라, 지구를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키는 자연의 사자(使者)다. 그렇게 생각하면, 올여름 다가올 태풍이 과거보다는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