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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28

꽃잎과 나뭇가지에 숨겨진 수학 이야기

피보나치라는 사람이 자연에서 발견한 놀라운 숫자가 있다. 그의 이름을 따 ‘피보나치 수열’이라 부른다. 갑자기 왠 어려운 수학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자연의 신비가 숨어 있다. 피보나치 수열은 앞선 두 수의 합이 다음 수가 되는 방식이다. 즉 1, 1, 2, 3, 5, 8, 13, 21, 34… 순으로 이어진다. 놀랍게도 이는 꽃잎이나 나뭇가지가 자라는 순서와 닮아 있다. 백합의 꽃잎은 3장, 제비꽃은 5장, 과꽃은 8장, 금잔화는 13장, 해바라기는 21장이나 34장의 꽃잎을 갖는다. 모두 피보나치 수다. 우연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자연은 이유 없이 반복하지 않는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에게 꽃잎이나 가지가 서로 엉키지 않고 자라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겹치지 않게 자라려면 일정한 각..

인문학 2025.03.23

문어의 반전매력, 약점은 머리에 있다.

문어를 바다에서 만나면 괜히 만만하게 봤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겉모습은 흐물흐물하고 순해 보여도, 일단 사람 팔에 감기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흡반 수백 개로 바위에 들러붙는 힘이 워낙 강해, 스쿠버다이버들 사이에선 한 번 달라붙으면 장비까지 놓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돈다. 물속에서 괜히 손으로 덥석 잡았다가 팔 전체가 감기고, 조절기를 뺏겨 당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문어에게는 의외로 웃지 못할 약점이 있다. 문어의 머리처럼 보이는 둥근 부위를 바늘처럼 뾰족한 걸로 톡 찌르면, 그 단단히 달라붙던 문어가 순식간에 발라당 뒤집어진다. 그 순간만큼은 바다의 왕자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힘주고 붙잡고 있던 다리를 풀고, 온몸이 축 늘어진다. 해녀들과 잠수부들은 이를 두고 “급소를 찔렀다”..

인문학 2025.03.22

가족 식사 속에 숨겨진 의외의 면역효과

요즘은 개인위생이 강조되면서 가족끼리도 국자를 따로 사용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침이 묻은 숟가락을 그대로 찌개에 넣어 퍼먹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현대적인 관점에서는 비위생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밥상 문화가 의도치 않게, 가족 면역력 형성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흥미롭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았고, 감기 등 전염병을 예방할 백신이나 치료제도 부족했다. 이런 환경에서 가족 중 누군가 아프면 온 가족이 함께 병을 이겨내야 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침이 공유되는 국물 문화가 가족 내 면역력 형성에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가족 중 한 명이 감기에 걸려 회복하는 과정에서 같은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 나머지 가족들도 면역 반응을 형성할 ..

인문학 2025.03.19

디저트의 탄생, 과식을 막기 위한 인간의 지혜

디저트는 단순한 사치가 아니다. 과식으로 인한 식곤증과 불쾌감을 줄이며, 포만감을 늦게 느껴 과식을 반복하는 식습관을 조절하기 위해 탄생했다. 생존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음식을 섭취하던 인류는 결국 ‘적당히 먹고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디저트는 귀족의 식탁에서 먼저 자리 잡았다. 고대 로마에서는 연회 후 꿀을 곁들인 과일을 먹었고, 프랑스 왕실에서는 정교한 디저트가 궁중 문화로 정착했다. 특히 루이 14세 시대에는 설탕이 부의 상징이었으며, 화려한 디저트가 권력과 지위를 나타내는 도구로 활용됐다. 설탕은 한때 금보다 비쌌으며, 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부유층뿐이었다. 유럽의 왕실과 귀족들은 단순히 맛을 즐기는 것을 넘어, 화려한 디저트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자신의 부를 과시했다. 하지만..

인문학 2025.03.18

폐하, 전하, 각하, 안하, 귀하... 한국 존칭어의 유래

한국어의 존칭어는 역사적으로 신분과 지위에 따라 엄격하게 구분되었다. 오늘날에는 일부 표현만 남아 있지만, 과거에는 존칭어 자체가 상대방의 사회적 위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존칭어들은 단순한 높임말이 아니라, 상대방을 어디서 바라보는지를 의미하는 공간적 개념과도 연결되어 있다. 즉, 계단 아래에서 황제를 올려다보는지, 궁전 전각 아래에서 왕을 바라보는지, 혹은 책상 아래에서 학자를 우러러보는지에 따라 호칭이 달라졌다. 우선, ‘폐하’는 황제에게만 사용된 최고의 존칭어다. 여기서 ‘폐(陛)’는 궁전의 계단을 의미하는데, 이는 신하가 황제가 앉아 있는 높은 단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계단 아래에서 황제를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존재였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폐하’라는 표현은 단순한 ..

인문학 2025.03.17

태풍이 지나간 후, 지구는 더 건강해진다

태풍이 몰려오면 사람들은 긴장한다. 강한 바람과 폭우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고, 매년 수십 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접근하면서 자연재해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뉴스에서는 태풍의 경로를 추적하며 침수 피해, 강풍 피해 등을 보도한다. 많은 이들은 태풍이 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태풍은 지구의 기후와 환경을 유지하는 데 파수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온대 지역에서는 연간 강수량의 70% 이상이 태풍을 통해 공급된다. 태풍이 없다면 이 지역들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릴 것이고, 사막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태풍이 거의 없는 사하라 사막과 아라비아 반도는 건조한 기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태풍이 자주 지나가는 동아시아 지역과 동남아시아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태풍은 단순히..

인문학 2025.03.15

인류사의 또 다른 비극 '히틀러의 아이들’

독일 나치는 유대인 학살로 악명이 높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공격하기 위해 그들이 인종적으로 열등하다는 논리를 내세웠고, 이를 학살의 명분으로 삼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 아리아인 혈통이 우수하며, 이를 더욱 확장해야 한다는 논리를 발전시켰다. 이러한 논리 속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레벤스보른(Lebensborn) 프로젝트'였다. 1935년, 나치는 순수 아리아인의 혈통을 보호하고 확장하겠다는 목표 아래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친위대(SS) 대원들과 아리아인 여성들 간의 출산을 강요해, 태어난 아이들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인리히 히믈러의 주도로 시행된 이 계획은 단순한 출산 장려 정책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인종 개량을 주도하며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비극적인 시도였다. 아리..

인문학 2025.03.14

멍때리기가 주는 삶의 유익

서울시는 2014년부터 '멍때리기 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이 대회는 스마트폰 사용이나 대화가 금지되며, 가장 안정적인 심박수를 유지하는 참가자가 우승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24년 대회에서는 30대 여성이 90분 동안 멍때리며 심박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우승했다. 얼핏 보면 장난스러운 행사 같지만, 이 대회는 현대인의 삶에서 잃어버린 중요한 무언가를 되찾기 위한 실험이다. 사실 멍때리기 대회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는 ‘국제 멍때리기 대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창의성 향상을 위해 근무시간 중에 ‘멍때리기 시간’을 제공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슬로우 라이프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일정 시간 동안 아무 행동도 하지 ..

인문학 2025.03.11

자일리톨이 충치를 예방하는 뜻밖의 원리

한때 한국에서는 자일리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충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껌을 비롯해 캔디, 요구르트, 주스까지 다양한 제품이 쏟아졌다. 지금은 그 열기가 한풀 꺾였지만, 자일리톨이 우리가 예상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원리로 충치를 예방한다는 점은 여전히 흥미롭다. 자일리톨이 처음 주목받은 곳은 핀란드다. 20세기 초부터 핀란드에서는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자일리톨을 감미료로 사용했다. 이후 연구를 통해 충치 예방 효과가 밝혀졌다. 과거 핀란드 아이들은 자작나무 껍질을 씹으며 단맛을 즐겼다. 사탕이나 초콜릿을 쉽게 구할 수 없던 시절, 자연에서 얻은 자일리톨을 씹으며 단맛을 음미했는데, 연구 결과 이 습관이 충치 예방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자일리톨의 충치 예방 원리는 흔히 오해..

인문학 2025.03.08

빈대떡과 보리문디, 서민들의 생존 전략이 된 언어

한국에서 음식의 명칭은 주재료를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찹쌀떡, 배추전처럼 주요 재료를 강조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빈대떡은 빈대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빈대라는 벌레 이름이 붙어 있다. 본래 빈대떡은 녹두로 만든 전을 의미했다. 녹두는 조선 시대에 흔한 식재료가 아니었다. 쌀보다 귀했고, 서민들에게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곡물이었다. 녹두전은 주로 양반가에서 손님 접대용으로 사용되었으며, 막걸리와 함께 제공되는 고급 요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를 만드는 사람은 하인들이었고, 부엌 한쪽에서 녹두전이 부쳐지는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보는 아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서민들에게 녹두전은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보리밥조차 배불리 먹기 어려운 시절, 녹두전은 더욱 귀한 음식이었다. 그렇다면 서..

인문학 2025.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