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를 바다에서 만나면 괜히 만만하게 봤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겉모습은 흐물흐물하고 순해 보여도, 일단 사람 팔에 감기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흡반 수백 개로 바위에 들러붙는 힘이 워낙 강해, 스쿠버다이버들 사이에선 한 번 달라붙으면 장비까지 놓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돈다. 물속에서 괜히 손으로 덥석 잡았다가 팔 전체가 감기고, 조절기를 뺏겨 당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문어에게는 의외로 웃지 못할 약점이 있다. 문어의 머리처럼 보이는 둥근 부위를 바늘처럼 뾰족한 걸로 톡 찌르면, 그 단단히 달라붙던 문어가 순식간에 발라당 뒤집어진다. 그 순간만큼은 바다의 왕자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힘주고 붙잡고 있던 다리를 풀고, 온몸이 축 늘어진다. 해녀들과 잠수부들은 이를 두고 “급소를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