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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 46

약사, 변호사 등 전문직의 미래를 위협하는 플랫폼

최근 한국에서 플랫폼 스타트업과 직능단체(전문직 협회) 간의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닥터나우와 대한약사회,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 삼쩜삼과 한국세무사회, 강남언니와 대한의사협회, 직방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업종을 막론하고 비슷한 양상으로 충돌이 반복된다.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혁신이 기존 업권을 위협하면서, 한쪽에서는 '혁신을 가장한 편법 영업'이라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막는 기득권 수호'라 반발한다. 이 같은 갈등은 전문직 시장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반복된다. '타다'는 공유 모빌리티 혁신을 시도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법 개정을 통해 사실상 금지되었다. 반면, 해외에서는 우버, 리프트, 그랩 등이 도시 교통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기존 업계의 반대로..

경제 2025.03.10

퓨리오사AI, 성장의 문턱에서 해외로 팔리나

미국에 엔비디아가 있다면, 한국엔 퓨리오사AI가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주목받았던 스타트업 ‘퓨리오사AI’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수 대상으로 떠오르며, 국내 기술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다. 메타가 퓨리오사AI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대만의 TSMC도 전략적 투자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해외 투자 유치의 긍정적 효과와 국가 전략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퓨리오사AI는 2017년 삼성전자와 AMD 출신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AI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AI 반도체를 개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최근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시장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글로벌 IT 기업들의 관심을 ..

산업 2025.03.09

한양 너섬이 서울 여의도가 되기까지

서울 여의도는 국제적인 금융도시 뉴욕의 맨해튼에 종종 비유되곤 한다. 하지만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여의도는 누구도 거주하지 않는 불모지였고, 한강물이 자주 범람하는 탓에 사람이 살기 어려운 땅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접근조차 어려운 섬이었고, 유배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여의도의 옛 이름은 '너섬'이었다. ‘그 섬, 너나 가져라’라는 의미에서 유래한 이 이름은 당시 여의도가 얼마나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는지를 보여준다. 여의도(汝矣島)는 너섬의 일본식 한자어다. 여의도 개발은 일제강점기부터 본격화됐다. 1916년, 일제는 한강을 횡단하는 최초의 다리인 한강철교를 놓아 서울과 여의도의 연결성을 높였고, 1924년에는 여의도에 비행장을 조성했다. 이곳은 국내 초창기 비행장으로, 김포공항 개항..

경제 2025.03.09

자일리톨이 충치를 예방하는 뜻밖의 원리

한때 한국에서는 자일리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충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껌을 비롯해 캔디, 요구르트, 주스까지 다양한 제품이 쏟아졌다. 지금은 그 열기가 한풀 꺾였지만, 자일리톨이 우리가 예상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원리로 충치를 예방한다는 점은 여전히 흥미롭다. 자일리톨이 처음 주목받은 곳은 핀란드다. 20세기 초부터 핀란드에서는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자일리톨을 감미료로 사용했다. 이후 연구를 통해 충치 예방 효과가 밝혀졌다. 과거 핀란드 아이들은 자작나무 껍질을 씹으며 단맛을 즐겼다. 사탕이나 초콜릿을 쉽게 구할 수 없던 시절, 자연에서 얻은 자일리톨을 씹으며 단맛을 음미했는데, 연구 결과 이 습관이 충치 예방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자일리톨의 충치 예방 원리는 흔히 오해..

인문학 2025.03.08

빈대떡과 보리문디, 서민들의 생존 전략이 된 언어

한국에서 음식의 명칭은 주재료를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찹쌀떡, 배추전처럼 주요 재료를 강조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빈대떡은 빈대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빈대라는 벌레 이름이 붙어 있다. 본래 빈대떡은 녹두로 만든 전을 의미했다. 녹두는 조선 시대에 흔한 식재료가 아니었다. 쌀보다 귀했고, 서민들에게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곡물이었다. 녹두전은 주로 양반가에서 손님 접대용으로 사용되었으며, 막걸리와 함께 제공되는 고급 요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를 만드는 사람은 하인들이었고, 부엌 한쪽에서 녹두전이 부쳐지는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보는 아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서민들에게 녹두전은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보리밥조차 배불리 먹기 어려운 시절, 녹두전은 더욱 귀한 음식이었다. 그렇다면 서..

인문학 2025.03.08

‘1m 길이’에 담긴 인간 평등 정신

길이는 문명의 발전과 함께 변화해왔다. 인류가 측정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순간부터,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하지만 각 지역과 시대마다 다른 기준이 사용되면서 상업과 행정에서 큰 혼란이 발생했다. 이러한 혼란을 정리하고 보편적인 기준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결국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미터(m)’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1미터의 개념은 18세기 프랑스 혁명기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프랑스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단위 체계를 사용하고 있어 행정과 경제적 비효율이 심각했다. 혁명 정신이 확산되던 시기, 모든 국민이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단위를 만들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길이의 측정 방식이 지역과 신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불평등의 상징이었다. 1791년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는 보편적 길..

인문학 2025.03.07

안중근 열사를 기릴 때, 안준생도 돌아보자

일제강점기, 1909년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어도, 그의 가족이 겪은 고난과 희생, 특히 둘째 아들 안준생의 선택과 그 후손들의 삶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안중근 의사가 의거를 단행할 당시, 그의 두 아들은 각각 6세와 4세였다. 둘째 아들 안준생은 어린 나이에 하얼빈 감옥에서 아버지를 면회해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형 안분도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은 일제의 감시 아래 조선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하얼빈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그들의 고난을 접한 상하이 임시정부는 가족을 상하이로 이주시키고 거처와 생활비를 지원했으나, 재정적 한계로 인해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했다. 가족은 다시금 극심한 가난과 감시 속에서 힘겹게 버텼다. 이러한 ..

인문학 2025.03.07

AI반도체 패러다임을 바꿀 유리기판

반도체 업계에서 유리기판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 기판과 실리콘 인터포저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서 핵심 부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CES 2025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유리기판을 직접 소개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고, 글로벌 기업들도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리기판은 기존 기판보다 성능과 효율성이 뛰어나다. 플라스틱 기판은 저렴하지만 열에 약하고 강도가 낮아 고성능 반도체에 한계가 있었다. 실리콘 인터포저는 성능이 뛰어나지만 비용이 높고 대면적 적용이 어렵다. 반면 유리기판은 열에 강하고 전기적 절연성이 우수하며, 초미세 회로 구현이 가능하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40% 향상시키고, 전력 소비를 30% 줄이며, 패키지 두께를 25% 이상 감소시킬 수 있..

경제 2025.03.06

달력의 역사 그리고 사라진 날들

인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간을 측정해왔다. 밤하늘을 지배하는 달은 주기적으로 차고 기울었고, 대략 한 달이 30일이라는 개념을 형성하게 했다. 계절이 반복됨을 인지하며 12달을 기준으로 한 음력이 등장했다. 그러나 모든 문명이 음력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의 범람 주기를 예측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되었기에 더욱 정밀한 달력 체계를 모색했다. 음력만으로는 범람 시기를 정확히 맞추기 어려웠고, 태양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태양력을 발전시켰다. 이 태양력은 1년을 365일로 설정하고, 윤년 개념을 도입해 계절과의 오차를 줄이는 혁신적인 방식이었다. 이집트를 정복한 로마는 자신들의 달력보다 이집트 태양력이 더욱 정확하다는 점을 깨닫고 이를 도입했다. 기원전 46년, 율리우스 카이사르..

인문학 2025.03.06

원앙새에 대한 한국인의 오해

원앙새는 오랫동안 부부 금실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결혼 장식품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원앙처럼 살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동물학자들의 연구 결과, 원앙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평생 한 짝과 함께하는 새가 아니였다. 동물학자들은 생각했다. 최고의 고등동물인 인간도 쉽지 않은데, 하등 동물인 조류에서 평생 한 짝만을 사랑한다는 것이 과연 맞을까? 라는 합리적인 의문에서 연구는 시작됐다. 동물학자들은 24시간 감시 카메라와 GPS 추적 장치를 활용해 원앙의 행동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원앙은 매년 새로운 짝을 찾아 번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정 개체에 대한 애착보다는 짝을 이루는 자체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전략이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믿어왔던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더..

인문학 2025.03.05